[아이랑GO] 대한민국 바닷가에 사막이 있다고? 해안사구를 아시나요

2024-10-16

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엔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사막, 해안사구에 가봤습니다.

사구(砂丘)는 바람에 의해 이동한 모래가 퇴적된 모래 언덕을 말한다. 크게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해안사구와 사막에서 볼 수 있는 내륙사구로 나뉜다. 사막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해안사구만 볼 수 있는데, 태풍이나 해일을 막아주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비롯해 수분과 영양분이 적고 바람과 햇빛은 강한 독특한 환경에서 사는 생물의 서식지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작은 사막과 같은 풍경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도 한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국내 최대 규모인 충남 신두리 해안사구를 탐방하며 해안사구의 가치에 대해 알아봤다.

‘국내 최대’ 충남 신두리 해안사구에 가다

바닷가 모래밭은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썰물일 때 바닷물이 빠지면서 햇볕에 드러나 마르게 되는데, 이때 바람에 의해 날린 모래가 해안 주변으로 쌓이며 모래 언덕, 즉 사구를 만든다. 해안선을 따라 형성되는 1차 사구와 퇴적된 모래가 다시 침식·운반·퇴적되면서 형성되는 2차 사구로 구분된다. 국내 약 189개의 해안사구가 있는데, 전라남도(58개소), 충청남도(42개소), 강원도(30개소) 등 연안 및 도서에 높은 비율로 분포한다. 해안사구가 있는 시·군·구는 총 30곳으로, 그중 전남 신안군이 30개로 가장 많고 충남 태안군이 26개로 서해안에 면한 행정구역 내 해안사구 밀도가 높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에 있는 신두리 해안사구는 전체 길이 3.4㎞, 폭 0.5~1.3km로 단일 사구지역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규모가 크다. 사구의 원형이 잘 보존된 북쪽지역 일부가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돼 학술 가치로도 동식물의 서식지로도 아주 중요한 곳이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해안사구와 그 가치를 살펴보기 위해 신두리 사구센터를 찾았다. 신두리 해안사구 소개 영상을 보고 나자 최경자 생태해설사가 1967년도와 1998년도 신두리 해안사구 비교 사진을 가리켰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빙하기 이후 약 1만5000년의 세월 동안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죠. 예전엔 80만 평(약 264만㎡) 정도였는데 지금은 30만 평(약 99만㎡)만 남았어요. 옛날 군사보호지역이었던 게 풀리면서 가게도 생기고 펜션도 생기며 개발하게 됐거든요.”

사람들의 이기로 인해 훼손의 위험에 처했지만, 다행히 해안사구의 가치를 이해하고 훼손을 우려하는 시민들이 뜻을 모아 보전운동을 펼친 결과 2001년 우리나라 해안사구 가운데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고 한다. 최 해설사가 바다에서 모래가 날아와서 모래 언덕을 만드는 해안사구의 특징을 얘기하며 우려를 표했다. “제방이나 둑을 쌓다 보니 바닷물이 육지로 들어왔다 나가는 게 많이 막혔어요. 그래서 바다로 들어가는 돌덩이가 거의 없어졌죠. 돌덩이가 바다로 가야 파도에 의해 깨지고 육지로 와 바람에 날려 쌓일 수 있는데 지금 그런 것들이 잘 안 되면서 모래가 옛날보다는 적게 날아오고 있습니다.”

신두리 사구센터에서는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살고 있는 동식물 정보를 자세히 볼 수 있다. 풀 한 포기 자라기 힘든 모래 언덕 같지만 식물 260종, 새 39종, 곤충 116종, 포유류 12종 등 수백 종의 동식물이 이곳에 살고 있다. 왕희재 학생기자가 “해안사구 식물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했다. “모래밭에 사는 풀들을 사초라고도 하는데 사구식물은 수분과 양분이 부족하고 소금기가 많아 식물이 살기에 호락호락한 환경이 아닌 바닷가 모래 언덕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한 방법을 터득했어요. 그래서 생존력이 굉장히 강하고, 무기질이나 유기질이 많은 곳에서는 살기가 힘들죠. 뜨거운 햇볕을 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잎이 가늘거나 잎과 줄기 등에 털이 있고, 척박한 곳이니 뿌리를 길게 땅속 깊이 뻗어서 땅속에 있는 영양분이나 물을 빨아 먹는 식이죠. 바람을 견디기 위해 키가 작거나 지면에 붙어 바닥을 기거나 비스듬하게 옆으로 뻗으며 자라요. 그래서 사구식물은 날아온 모래가 다른 데로 다시 날아가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도 합니다.”

이어 신두리 해안사구 탐방에 나섰다. 입구에 도착하니 길 따라 나무데크가 쫙 깔려있었다. 해안사구와 동식물 보호를 위해 이동로를 정해둔 것. “멸종위기종 2급 표범장지뱀 같은 동물도 있어 데크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데크로만 이동한 덕분에 동식물이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됐어요. 제가 8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일주일에 표범장지뱀을 한 마리 보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10마리를 볼 때도 있죠.”

걸을 때마다 다양한 사구식물을 볼 수 있는데, 소중 학생기자단이 관목식물 순비기나무·해당화를 금세 발견했다. 해당화는 병충해나 진딧물로부터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 옷을 입었는데, 잎 뒷면엔 몸을 보호하기 위한 솜털이 앞면엔 물의 증발을 막기 위한 반짝반짝 큐틴질이 감싸고 있었다. 바닷가 식물의 이름에는 흔히 ‘갯’을 붙이는데, 갯메꽃·갯완두·갯씀바귀·갯방풍 등의 식물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모래 언덕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간중간 모래를 잡아두는 도구인 모래 포집기와 모래 반사판이 설치됐다. 모래가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막고 바람이 불 때 바람의 속도를 죽이고 방향을 인위적으로 바꿔 모래 퇴적을 유도한다. 2년 전에 설치된 모래 포집기는 모래에 다 덮여 있었다. 모래 위에 뽕뽕뽕 구멍이 뚫린 자국은 명주잠자리의 애벌레인 개미귀신의 집이다. 종이로 모래를 살짝 퍼 올리니 개미귀신이 나타났다. 개미귀신은 모래밭에 뒷걸음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절구 모양의 둥지인 개미지옥을 만든다. 개미 등 작은 곤충이 떨어지면 머리로 모래를 끼얹어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큰 턱으로 물어 소화액을 넣은 다음 녹여 체액을 빨아 먹는다. 이외에도 두더지가 지나간 자리, 표범장지뱀의 집으로 추정되는 구멍, 고라니 발자국 등 다양한 생물들의 흔적을 발견했다.

모래 언덕 뒤로 펼쳐진 바다와 늦가을 하늘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다. 이국적인 풍경의 초승달 모양 모래 언덕에 자연스레 시선이 간다. 신두리 해안사구의 형태는 말발굽과 초승달 모양의 바르한(barkhan) 사구로 사구의 양쪽 끝이 바람이 부는 쪽으로 향해 서서히 이동하면서 만들어졌다. 사하라사막이나 튀르키예, 중앙아시아 투르키스탄의 사막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김서호 학생기자가 “큰 모래 언덕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왜 신두리에만 이런 사구가 생겼나요”라고 궁금해했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북쪽과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정면으로 받는 방향으로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북서계절풍이라는 한 방향으로 계속 부는 바람이 신두리 해안사구를 만들고 있죠.” 우리나라에도 이런 사막이 있었나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진을 잘 찍으면 해외의 사막 느낌이 나서 SNS 인증샷 명소로도 유명하다.

걷다 보니 소나무 군락이 나왔다. 모래바람이 민가에 불어 생기는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된 방사림이다. 여기에 사는 소나무는 바다의 염분을 잘 견뎌내고 줄기와 가지가 검은빛을 띠어 흑송 또는 곰솔이라고 부른다. 해안사구에는 흔히 배후습지가 형성된다. 육지에서 바다로 흐르던 민물이 사구로 인해 만들어진 골짜기에 고이면서 습지가 생기기 시작하고, 사구가 성숙이 되면 습지도 성숙기에 들어간다. 사구를 통해 흘러 들어간 민물은 지하수의 수위를 높여 바닷물이 육지 쪽으로 밀려들어 와 지하수가 오염되는 것을 막기도 한다. 신두리 해안사구 남쪽에는 두웅습지라는 사구 배후습지가 있다. 두웅습지는 희귀 야생 동식물의 보금자리이자 귀중한 생태학습장이다. 두웅습지는 조금 떨어져 있어 이날은 시간이 부족해 둘러보지 못했지만 탐방로에는 모래 속에 이렇게 많은 물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인공적으로 파놓은 연못이 있었다.

신두리 해안사구에는 띠풀이라고도 하는 삘기와 억새 등 외래식물도 무성하게 자란다. “너무 잘 자라 제거를 해도 역부족이죠. 사구는 사구식물 있는 쪽처럼 황량한 느낌이어야 하는데, 여긴 안 그렇죠. 사구식물은 뿌리를 깊게 내려 모래를 지탱해 모래의 퇴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외래식물 근처에는 사구식물이 살 수 없어요.” 외래식물은 사람들에 의해 옮겨지기도 하고 바람과 물, 철새 등에 의해 씨앗이 날아와 자라기도 한다.

순비기언덕에 도착하니 지금까지 둘러본 곳들이 한눈에 보였다. 모래 언덕 자체도 다양하고 바다 쪽의 백사장, 뒤쪽의 소나무숲과 어우러져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했다. 이이삭 학생기자가 “풍경이 가장 좋은 때는 언제인가요”라고 질문했다. “사구의 진짜 모습을 보려면 겨울에 북서풍이 불어와 모래 언덕을 만들 때가 제일 좋고요. 오전과 오후 모래 언덕의 색이 달라요. 아침에는 밝은색으로 보이고 오후가 되면 약간 붉은색으로 보이거든요. 계절이나 시간에 따라 올 때마다 다르게 보이는 곳이 이 신두리 사구죠.”

이제 사구의 엄마라고 할 수 있는 바닷가로 내려간다. 가는 길에 사구식물인 갯그령도 만났다. 뜨거운 햇볕과 수분기를 잘 견뎌 바닷가 가까이 자라는 갯그령은 사구와 백사장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갯그령이 살고 있으면 사구, 그렇지 않으면 백사장으로 분류한다.

신두리 해안을 다니다 보면, 작은 모래 경단이 모여있는 곳이 나온다. 엽낭게와 달랑게의 흔적이다. 엽낭게와 달랑게는 모래를 잔뜩 삼켜 좋아하는 먹이만 빼 먹은 후 모래를 뱉어 둥글게 말아 놓는 특성이 있다. 이런 모래 경단이 마르고 해풍으로 인해 육지로 운반돼 사구 형성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신두리 해안사구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해당화

5~7월 신두리 해안사구 곳곳에 피는 홍자색꽃. 향이 좋아 향수 원료, 색이 고와 색소로 쓰였으며 약재로도 쓰인다.

개미귀신

속이 비치는 날개를 가진 명주잠자리의 애벌레로 타원형으로 털이 듬성듬성 난 몸에 가늘고 날카로운 큰 턱을 가지고 있다. 모래밭에 ‘개미지옥’이라 불리는 절구 모양의 함정을 파고 숨어있다가 밑으로 떨어지는 개미와 같은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다.

순비기나무

마편초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키는 20~80cm 정도. 줄기는 땅 위로 덩굴처럼 퍼져나가며 전체적으로 회백색의 잔털이 있다. 약간 네모진 가지 끝에서 7~9월 보라색 꽃이 층층이 피어난다.

갯그령

옆으로 길게 뻗는 뿌리줄기는 땅속에서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바람에 움직이는 모래 위에서도 단단히 고정되어 살아간다. 꽃 이삭은 벼와 비슷하고 잎에는 흰 털이 있다.

달랑게

모래를 잔뜩 삼켜 좋아하는 먹이만 빼 먹은 후 모래를 뱉어 둥글게 말아 놓는 특성이 있다. 몸 양쪽 집게발의 크기가 다른 것이 특징이다.

초종용

사철쑥이나 다른 국화과 식물의 뿌리에 기생하면서 영양분을 나눠 먹는다. 신두리 해안사구의 초종용도 사철쑥 군락 안에 집단을 이루어 산다. 5~6월에 연한 자줏빛의 꽃을 피우고, 꽃이 달리는 원줄기는 약재로 사용한다.

통보리사초

사초는 모래에서 사는 풀이란 뜻이다. 사초라는 이름의 식물 중 실제로 모래에 사는 식물은 통보리사초가 대표적이다. 통보리사초의 나무처럼 단단한 땅속줄기는 모래를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한다.

갯쇠보리

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30~80cm정도, 밑부분의 마디에서 굵은 뿌리를 내리며 가지가 비스듬히 갈라지면서 작은 무더기를 형성한다. 몸 전체적으로 길고 흰 털이 촘촘하게 나며 편평한 잎은 어긋난다. 7월에 꽃이 핀다.

갯방풍

‘방풍’은 바람을 막는다는 뜻인데, 중풍을 예방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삼만큼 몸에 좋아서 바닷가 모래에서 나는 산삼이라는 뜻에서 해사삼이라고도 불린다. 온 몸이 흰 잔털로 덮여있고, 6~7월에 우산 모양의 흰색 꽃을 피운다.

갯메꽃

굵은 뿌리줄기가 땅 위로 뻗거나 다른 물체를 감아 올라 몸을 고정하기 때문에 모래밭뿐 아니라 바위틈에서도 자란다. 5~6월에 옅은 붉은색의 나팔모양 꽃이 피운다.

꼬마물떼새

물떼새 종류 가운데 몸집이 가장 작다. 알을 지키기 위해 천적이 가까이 오면 어미새가 다친 척해 천적을 둥지로부터 멀리 끌고 가는 습성이 있다.

표범장지뱀

등쪽에 있는 호랑이무늬 얼룩반점으로 이름이 지어졌다. 주로 강변의 풀밭이나 돌 밑 또는 모래·흙 속에 구멍을 파고 살며, 행동이 날쌔고 곤충을 잡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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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태안군청·최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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