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독특한 발효 식품은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오묘한 맛의 원천인 독특한 성분과 차별화된 향이 다른 음식과 비교되지 않은 고유한 특징이다.
서양의 발효제품은 주로 우유나 육류를 원료로 사용하여 발효한 제품들로 요구르트, 치즈, 햄, 소시지 등이 대표적이며 향과 맛이 순하다고 표현한다. 자극적이기보다는 순하면서도 원료가 갖고 있는 특성 때문에 감칠맛과 조직이 식미에 주된 역할을 한다. 특히 육류나 우유의 주성분인 단백질은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성분 때문에 차별화된 맛을 부여한다.
그러나 한국 발효 식품의 맛은 원료의 주성분, 즉 곡류 중 전분이나 두류의 단백질이 독특한 맛을 내는 경우는 없고 그저 무덤덤한 맛, 기껏 가공해야 단맛이나 약한 감칠맛이 뒷받침된다.
그런데 고추장은 다른 한국의 발효 식품과는 다른 영역의 맛과 향을 내고 있다. 주요 재료인 고추 그 자체의 맛과 함께 곡류가 분해되어 얻어지는 당과 천상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 두류를 이용한 장류, 즉 간장, 된장, 청국장 등은 단백질 분해 산물인 아미노산과 펩타이드 성분에 의해서 감칠맛이 주된 특성이나 고추장은 이들 두류 발효제품과는 크게 차이가 나는 성분, 매운맛이 완전히 다른 조미료의 역할을 한다. 고추장의 일반 성분을 보면 전분 분해물에서 오는 단맛과 고추에서 기인한 매운맛, 메주에서 오는 감칠맛이 조화를 이루면서 융합되고 조화로운 맛을 창조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매운맛 인기…고추장 소스 진가 발휘
근래 세계적으로 매운맛이 인기를 끌면서 매운맛이 극에 달한 매운맛 라면이 젊은이들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매운맛 라면에 쓰이는 소스는 단지 매운맛의 차원을 넘어 단맛과 감칠맛이 조화를 이뤄 세계인의 인기를 끌고 있다. 우선 밝은색의 점질성 소스 형태는 단독으로 섭취하기보다는 다른 음식과 혼합되어야 그 진가를 발휘한다.
한국인의 식단에서 고추장은 찌개에 사용하거나 채소류를 찍어 먹는데 사용되고 있으며 단독 식용보다는 어울림으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찌개에 고추장이 들어가지 않으면 깊고 독특한 맛을 창조할 수 없으며 비빔밥에 고추장이 빠지면 그냥 밋밋한 섞음 음식에 불과하다. 떡볶이는 고추장의 색과 맛이 차별화 요인이다.
요즈음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음식의 상위에 고추장을 사용한 음식, 맵고 달달한 음식 등 참신하고 색다른 맛을 찾는 소비자의 음식 취향에 딱 맞는다고 음식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다. 특히 매운맛 트렌드에 힘입어 Z세대에서 폭발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식당가에서도 고추장을 양념으로 한 맵고 달달한 맛의 메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추세는 일시적인 바람이 아니라 꽤 오래 지속되면서 하나의 음식 영역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다.
다양한 음식의 기본 소스로 활용 가능성 높아
통계에 의하면 미국 레스토랑의 10%가 이런 매콤달콤한 음식 메뉴를 선보이고 있으며 향후 근 10% 이상 매출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고추장 양념으로 코팅한 치킨은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인기가 있으며 앞으로 그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새로운 말까지 창조되었는데 Sweet와 Spicy의 혼합어인 “Swicy”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즉 고추장 발효산물인 당에서 나오는 단맛과 고추의 매운맛이 환상적으로 조화되어 다른 음식에도 새로운 맛과 향을 부여한다. 특히 고추장에는 엿기름에서 오는 맥아당이 주를 이루어 설탕과는 다른 묵직하고 순한 단맛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이는 단맛이되 묵직한 감칠맛의 조화다. 우리 음료인 식혜를 마실 때 느끼는 순하고 입에 남는 맛, 그 맛을 고추장에서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이제 이 고추장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차례로 개발되어 세계인의 입맛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음식 전문가들과 연계하여 세계 각국의 음식 문화에 녹여낸다면 우리 고추장이 많은 나라 음식의 기본 소스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