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 편집일 6th 8월, 2025, 3:41 오후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둘러싼 여론조사가 논란이다. 김한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을) 측이 6일 제주시 분할 반대 논거로 활용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지만, 당장 조사 설계와 해석, 그리고 절차적 우월성 측면에서 공론화 조사에 비해 권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조사가 올해 5월 30일(금)부터 31일(토)까지 이틀간, 더불어민주당 제주특별자치도당이 여론조사 기관 (주)티브릿지에 의뢰해 제주특별자치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3,00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결과라고 소개했다. 보도자료는 “3개 시(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 행정구역 조정에 대한 찬반을 물은 항목에서는 찬성 35.9%, 반대 43.1%, 모름 21%로 집계되었다. 이는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7.2%p 더 높은 수치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문항의 원본은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로 분할하는 행정구역 조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였다. 3개 행정구역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기 보다, 제주시를 분할하는 방안에 대한 도민의 입장을 묻는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김 의원 측은 이를 들어 “도민 다수가 제주시 분리에 부정적”이라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주장했다.

여기에는 논리적 모순이 담겨 있다. ‘반대’ 응답에는 현행 2개 시 체제를 원하는 경우뿐 아니라 4개 시 이상을 선호하는 경우까지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즉, ‘3개 시안’을 ‘2개 시안’과 직접 비교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3개 시’ 지지 비율이 실제보다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설계다. 이에 대한 질문에 김 의원실은 “제주시 분할에 대한 찬반만 물어본 것”이라 해명했다.
또 ‘모름·무응답’ 비율이 20%를 넘는다는 점을 두고도 해석이 갈린다. 보도자료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모두 행정구역 개편안에 대해 모름이라고 답한 비율이 20%가 넘어 도민들이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무응답 비율은 단순한 정보 부족 뿐 아니라 판단 유보, 중립 유지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다. 실제 주민투표에 임박하면 유보층이 정보를 찾아보고 입장을 정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곧바로 공론화 부실로 연결 짓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실은 “해석의 영역”이라며 “저희가 보기엔 제주도정이 들인 노력에 비해 ‘잘 모른다’는 답변이 크다”고 했다. 무응답 비율을 ‘해석의 영역’으로 규정하면서도, 그 결과를 개편 반대의 결정적 논거로 쓰는 것은 자기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이번 조사는 시점·대상·기간·내용 어느 면에서도 제주도정이 1년 넘게 진행한 공론화 조사보다 우월한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도정은 도민경청회 48회, 전문가 토론, 숙의형 도민참여단, 4차례 여론조사 등 다단계 절차를 거쳐 ‘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3개 시 체제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조사 기간, 참여 인원, 정보 제공 방식 모두 단일 전화 설문 방식의 여론조사보다 심층적이고 대표성을 갖춘 절차였다.
결국 이번 논란은 도민 여론을 어떤 방식으로 수렴하고 해석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공론화는 장기간의 숙의와 정보 제공, 대표성 있는 표본을 통해 정책 선택의 질을 높이는 과정이고, 단기 여론조사는 시점과 문항 구조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행정체제 개편처럼 지역 미래를 좌우하는 사안에서는, 무엇보다 정당한 절차와 설계가 담보된 데이터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론조사는 민주적 도구가 아니라 정치적 무기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