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일본 투자법인 대표에 SK하이닉스 구매 담당 임원을 전진 배치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속 강조한 한일 반도체·이차전지 산업 협력을 강화할 중요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윤홍성 SK하이닉스 팹(FAB)원자재구매담당 부사장이 연말 인사에서 SK 재팬 인베스트먼트 법인장을 맡았다.
SK 재팬 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SK㈜, SK머티리얼즈, SKC, SK실트론 4개사가 각각 100억엔(약 935억원)을 출자해 만든 투자법인이다.
윤 부사장은 포트폴리오 관리(SK), 사업개발(SK C&C), 소재·부품·장비 구매(SK하이닉스)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다.
특히 2017년부터 2022년까지 SK하이닉스 일본법인에서 구매를 담당했으며, 지난해까지는 국내에서 FAB원자재구매담당을 맡았다.
FAB원자재구매는 반도체 공장 및 라인에 필요한 모든 설비와 소재, 부품 등을 조달 및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SK그룹이 구매 출신인 윤 부사장을 일본 투자법인 대표로 발탁한 건 첨단 소부장 기술을 발굴하고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산업은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 반도체가 고도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세상에 없던 장비, 기존에는 접하지 못한 신소재 등이 필요하다. 단적인 예로 2나노미터(㎚) 회로 구현을 위해 트랜지스터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한계 돌파를 위해서는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들이 필요한 데, SK는 반도체 구매 업무를 담당해 전 세계 소부장 기업과 네트워크를 쌓으면서 일본 산업에 대해서도 밝은 윤홍성 부사장을 통해 해법을 찾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SK 재팬 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설립 후 같은 해 일본 친환경 소재 기업 TBM에 약 1400억원을 투자했으나 이후 다른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설립 초기 투자 초점을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맞췄던 탓인데, 신임 대표 선임으로 반도체·이차전지 소부장 쪽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일본과의 협력 확대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할 정도로 중점을 두고 있는 내용이다. 최 회장은 여러 차례 외부 행사를 통해 반도체, 이차전지 산업에서의 한일 간 협력 필요성을 주장해왔고 내부에도 구체적 실행방안 모색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윤홍성 부사장은 지분 투자뿐만 아니라 SK그룹 계열사와의 전략적 협업이 가능한 회사 발굴이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관련해서는 차세대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HBM은 현재 12단에 이어 16, 20, 24, 32단으로 발전될 예정이라 기존 패키징 공법(MR-MUF) 개선과 함께하이브리드 본딩 등 신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D램도 10나노미터(㎚) 미만으로 발전해야 해 소부장 기업과 높은 수준의 협력이 요구된다.
나아가 작년 초 검토된 키옥시아의 유휴 팹 임대 재논의와 전략적 협업 관계인 TSMC 일본 팹과 협력 가능성도 관심이 쏠린다. SK하이닉스는 폭증하는 HBM 수요 대응을 위해 증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SK그룹 관계자는 “SK 재팬 인베스트먼트는 일본에 투자하는 여러 SK그룹 투자법인 중 하나로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법인장이 교체됐다”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