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전지 발열 계속’ 경고 무시하고 생산 강행”

2024-10-10

김주영 국회의원, 검찰 공소장 공개…“발열전지도 정상제품과 같이 분류”

군납 기일 맞추려 작업량 늘려…비숙련 이주노동자 대거 불법파견 받기도

23명의 사망자를 낸 화성시 소재 리튬 1차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화재 참사와 관련, 업체측이 화재 발생 20일 전 2,800여개 전지에서 발열이 계속되고 있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생산을 강행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김포갑)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아리셀 폭발 화재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박중언 경영총괄본부장이 전지에 발열이 발생한 사실을 무시하고 발열전지로 확인된 제품도 정상제품과 같이 분류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총괄본부장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아들로, 아리셀의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다.

이날 김의원이 밝힌 공소장에 따르면 아리셀은 지난 5월13일 제조공정 중 전해액 주입을 마친 전지에서 발열 현상을 포착했고, 박 총괄본부장은 그로부터 3일이 지난 16일 사내 기술연구소 이사 A씨 등과 함께 전지 발열 현상을 확인했다.

작업자들은 당시 세척작업 중 전지를 손으로 만져 발열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 기술연구소 이사 A씨는 지난 6월 4일 사내 이메일을 통해 “‘전해액 안의 불순물’이 발열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고고 불순물 제거 가능 여부 및 제거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6개월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을 공유했다.

하지만 박 총괄본부장이 해당 의견을 무시하고 생산을 밀어붙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피고인(박 총괄본부장)은 전지 발열현상에 대한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거나 별다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방위사업청과의 계약에서 정한 납품기일과 납품수량을 맞추기 위해 전지가 식으면 정상제품으로 분류해 후속공정이 진행되는 3동 2층으로 운반할 것을 지시했다”고 적었다.

생산관리팀이 박 본부장의 지시에 따라 정상제품과 함께 운반한 발열전지는 약 2,496개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박 본부장이 작업량 증가를 지시해 발열검사 생략을 압박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참사 2일 전에도 전지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6월22일 작업자가 뜨거워진 전지를 발견, 발열전지를 전지 해체용 후드 쪽으로 이동한지 약 5분 뒤에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다.

공소장에서 검찰은“생산관리팀 책임 B씨는 피고인의 작업량 증가 지시에 대한 압박으로 작업자들에게 전지의 발열검사를 생략하고 발열전지를 정상제품으로 분류할 것을 지시”했다며, “작업자들은 별도 트레이 6개(전지 약 400개)에 보관한 발열전지를 정상전지와 구분하지 않고 함께 보관했다”고 기록했다.

그리고는 “약 2천800개의 전지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열 현상을 보였음에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였다”며 “발열을 넘어 전지에서 폭발 및 화재가 발생하는 등 여러 위험요소가 늘어나고 그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아리셀이 군납 기일을 맞추기 위해 작업량을 무리하게 늘린 것으로 파악했다.

아리셀이 박 총괄위원장 지시를 따르는 과정에서 인력파견업체 ‘메이셀’로부터 비숙련 이주노동자를 불법적으로 파견받았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적혔다.

5월엔 하루 30여명에서 6월엔 하루 60여명까지 불법파견을 받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리셀은 지난 1월 11일 방위사업청과 리튬 1차전지를 네 차례에 걸쳐 납품하는 총 34억6,175만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르면 아리셀은 납품 전 국방기술품질원 품질검사를 받아 국방규격 충족 여부를 평가받아야 하는 등 일정이 촉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표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등 세 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송소장에 적시됐다.

김 의원은 “아리셀 화재참사는 안전관리 부실과 경영진의 무책임이 결합된 인재로, 경영책임자의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며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위험성평가 실효성 개선 등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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