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안 돼” “당할 만해”···현대차·LG엔솔 공장 급습에 두 쪽 난 조지아 엘라벨

2025-09-08

“세금도 안 내고 나라에 도움도 안 줘”

일부 잘못된 정보 기반 부정적 인식

“지역에 긍정적···급습은 부끄러운 일”

분명한 우려 표명한 주민이 더 많아

“현대차 공장은 우리 지역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일자리를 준다고 하고선 우리를 속였다”

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엘라벨은 언뜻 평화로운 교외 마을처럼 보였다. 하지만 2020년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2024년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한 대표적 경합주의 정치적 지형을 보여주듯, 이곳의 여론은 첨예하게 갈라져 있었다.

주유소에서 만난 한 남성은 최근 현대차 공장 급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마자 미등록 이민자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자신을 롭이라 소개한 그는 “나는 곧 77살이 되지만 아직도 트랙터 운전을 하면서 주 50시간 일하고 세금을 낸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세금도 안내고 나라에 도움도 주지 않는 사람들이 와서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이게 다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속았다. 현대차는 지역 주민들을 고용하겠다고 했지만, 브라이언 카운티 사람 중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극히 적다”며 “아침마다 공장 앞을 지나는데, 그곳 사람들은 영어도 못하고 도로 표지판도 못 읽어서 위험하게 운전한다”고 주장했다.

경비원으로 일한다는 리처드도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공장이 처음 들어올 때는 8000개의 일자리가 우리에게 생길 거라고 했는데, 나중에 한국에서 5000명을 데려올 거라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그러면 당연히 주민들에게 돌아올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미등록 이민자에 대해서도 “일하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법적 절차를 지켜야 한다”면서 “현대차는 그들이 불법 체류자라는 걸 알고 있을 텐데도 고용했으니 (단속당할 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5000명을 데려올 거라는 잘못된 정보나, 현대차 공장이 제공하는 일자리가 약속에 미치지 못한다며 ‘속았다’고 말하는 이들의 불만에는 오해가 섞여 있다. 배터리 공장은 아직 완공되지도 않았다. 서배너시 경제개발청도 2022년 언론 인터뷰에서 “현대차가 약속한 8000여개의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질 순 없다”면서 “5~7년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오해는 바이든 전 정권이 현대차 공장 유치를 치적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이 현대차 공장을 바이든 정권에 대한 공격의 도구로 삼고 있어 더욱 부풀려진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이번 현대차 급습에 대해 분명한 우려와 반대 의사를 표명한 주민들은 더 많았다. 자신을 랜디라고 밝힌 주민은 “다음 주에 내가 일하는 단체가 현대차 공장 주차장 부지에서 지역사회 지원 사업으로 기부품 모집 행사를 한다. 무척 기대된다”며 “나는 그 공장이 우리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공장 안착을 위해 한국인이 많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외부에서 온 사람이 떠나고 점점 더 많은 지역 주민을 고용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미국 기업도 해외에 진출하면 그렇게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성도 미등록 이민자 단속을 이유로 한국 공장을 급습한 건 “공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에는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각했고, 많은 미국인이 일자리를 구하려 노력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미등록 이민자들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성실하게 일하려는 것뿐인데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항공기 정비사인 러셀도 현대차 공장 급습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주변에도 현대차에서 일자리를 얻은 지인 두세 명이 있다”면서, 현대차가 지역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식당은 원하면서 정작 일하러 오는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사태가 미국 내 해외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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