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연 "AI 일자리 대체율 10% 미만...AI·인간노동은 직무보완적 관계"

2024-10-31

노동연구원, 개원 36주년 기념세미나 개최

"AI 활용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확인 안돼"

"일자리 9.8% AI 기술로 자동화…15.9% 생산성↑"

"AI 기술 도입율 4~5% 수준…대기업은 40% 넘어"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인공지능(AI)이 인간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결국 이 둘은 '직무보완'의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이 나왔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위한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원은 업무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AI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효율적인 AI 기술 활용 방법으로는 전통적 숙련에 AI 기술을 융합해 활용하는 직업훈련 필요성을 강조한다.

◆ 허재준 원장 "AI의 등장이 모든 일자리에 전방위적 영향…노동시장 변화 일으켜"

한국노동연구원은 31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AI시대의 노동: 가치를 재정립하고, 공존을 모색하며, 미래를 준비하다'를 주제로 개원 36주년 기념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세미나는 AI 기술 발전 속에서 AI가 고용과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노동자 보호와 지속 가능한 노동환경 구축을 위한 정책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회사를 맡은 허재준 노동연구원장은 "AI의 등장이 이전 기술과 달리 모든 종류의 일자리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노동시장에 단절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션 1에서 '인공지능 시대, 기술과 노동의 공존 조건'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한 안젤리카 살비 델 페로(Angelica Salvi Del Pero) OECD 선임 자문관(Senior Advisor)은 "AI의 등장으로 자동화 위험이 크다고 보고 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AI 활용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확인되지 않으며, 근로자들의 업무 성과와 일자리의 질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제시했다.

또 AI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디지털 기술 이외에 사회성 기술, 감정 기술, 비즈니스 및 관리 기술 등 이전과 비교해 훨씬 다양한 기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정책의 조정 필요성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직장 보건 및 안전, 차별금지, 교육 제공 등에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근로자를 기술 변화의 주체로 보고 기술의 도입 과정에서 신기술과 협업하는 방법을 이들과 상의할 때 인공지능의 활용력과 긍정적인 영향력은 극대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시대, 한국의 노동시장 변화'를 주제로 한 세션 2의 첫 발제자인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일자리의 9.8%는 AI 기술로 인한 자동화로 대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며, 15.9%는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증강 잠재력이 있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 살펴볼 때 우리나라는 증강과 자동화 잠재력 모두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 특성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장 선임연구위원 분석에 따르면, AI 기술을 도입한 사업체는 전체의 4~5%로 낮은 수준이나, 1000인 이상 대기업은 4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그는 "AI가 기업 내에서 관리직, 전문직, 사무직의 과업을 대체하고 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제시했다.

특히 장 선임연구위원은 "AI 기술 발달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는 숙련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전통적 숙련에 AI 기술을 융합해 활용하는 숙련을 갖춰주는 직업훈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세션 2의 두번째 발제자인 노세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AI의 직무 대체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노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확인되는 인공지능이 노동과정에 미치는 영향은 인공지능이 직무를 대거 대체하기보다 10% 이하의 일부 과업만을 대체한다"면서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과업을 대체한다는 점은 이전의 자동화 기술과 유사하지만, 숙련요건이 높은 과업도 대체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어 그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근로자들은 인공지능을 보조적 역할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업무 생산성 향상, 업무 성과 향상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점을 볼 때 현재 인공지능과 노동 간의 관계는 직무보완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노 연구위원은 "AI를 통해 사업체는 생산성 향상을 경험할 수 있으나, AI를 활용할 때 육체적, 정신적 노동 강도 개선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기술도입이 사업체 주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근로자들이 이에 적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를 변화의 과정에 적극 참여시킴으로써 AI를 활용해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노사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션 2의 세 번째 발제자인 양승엽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AI의 규범적 판단'을 화두로 던졌다. AI가 발달해 사용자의 지위를 대체하면 노동법에서 사용자에게는 어떤 의무가 발생하고, 근로자에게는 어떤 권리가 발생하는지를 중심으로, AI 시대의 새로운 규범 마련을 위한 입법 방향을 제시했다.

양 부연구위원은 "AI의 투명성, 공정성, 타당성과 인간존중이라는 원칙을 채용-인사노무-해고 단계에서 실현하기 위해 근로자의 자기결정권, 알 권리를 강조해야 한다"면서 ▲사용자의 고지의무 ▲편향성 감사 및 영향평가 의무 ▲채용 결과의 피드백 제공 등을 제안했다.

그는 또 "그 외 AI가 규범적 판단을 한다는 것은 인간존중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배치전환 및 해고 처분에서는 규범적 판단을 위한 인간의 최종적이면서 실질적인 개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근로자를 배치전환 및 해고 처분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최종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AI 발전과 노동의 통합적 접근 필요성…"근로자·AI 개발자 긴밀히 협력해야"

한편 이인재 인천대학교 교수의 주재로 진행된 종합토론에는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권오성 연세대학교 교수, 유정엽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1본부장, 임영태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사회정책본부장, 김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장, 이상임 고용정책총괄과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먼저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국가 경쟁력과 일자리의 질 개선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게 AI의 발전과 노동의 통합적 접근 필요성을 제기했다. 노 교수는 "AI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도메인 지식을 가진 근로자와 AI 개발자 사이의 긴밀한 공동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개발자와 작업자 사이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AI의 개발 과정에 근로자 참여, 개발에 따른 성과의 공유, 고용안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오성 연세대학교 교수는 "노동 영역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의 확산으로 인해 일자리와 숙련의 문제 외에도 다양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권 교수는 "그 예로 인공지능이 초래할 수 있는 새로운 차별, AI 알고리즘을 통한 노동 통제의 강화, AI에 의한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에 관한 노사공동결정 미흡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AI가 가져올 일의 세계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정부와 국회가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치열하게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과 정부 모두에서 노동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거버넌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모든 전환 과정에서는 불가피하게 그러한 전환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과 위험을 부담하는 사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화로 인한 혜택과 위험 부담을 적정하게 조정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유정엽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1본부장은 "AI 기술 발달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변화에서 생산성 향상의 혜택 배분, 일자리의 배분, 평생학습 체제, 돌봄과 노동의 조화, 돌봄노동의 질 제고 등의 이슈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AI의 빠른 확산은 노동환경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고, 특히 AI를 통한 데이터수집과 이를 사용한 노동 통제 문제는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면서도 "이에 대한 사회적 규제는 미흡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함께 AI 기술 도입에 대해 인권 보호를 위한 사회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AI와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산업대전환을 앞둔 상황이지만 획일적 근로시간제 등 경쟁국보다 높은 우리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신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더 많은 이 자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실효적인 조치들에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석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AI 도입 등 기술 발전의 방향을 누가 결정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가치중립적, 객관적일 수 없는 인공지능의 도입과 운용에 인간의 개입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고, 전환의 논의와 진행에 있어서 노동자 참여는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j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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