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개봉작 ‘공공의 적’은 패륜아 박한상을 모티브로 한 영화였다. 박한상은 1994년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부모를 살해 후 불을 질렀다. 이후 태연하게 부모 장례식에 참석한 그는 통곡하는 모습까지 보였고, 경찰 체포 후 사람들을 노려보는 섬뜩한 눈빛은 모두를 경악케 했다.
이듬해 그의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피할 명분을 아무리 찾아봐도 도저히 못 찾겠다”며 고뇌에 찬 선고문을 낭독한 이가 김황식 전 국무총리다.
작년 경찰청은 처음으로 친족 살인 유형을 구분해 발표했는데, 2023년 부모 대상 살인은 43건이었다. 다른 통계를 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1심 판결이 나온 가족 간병 살인 28건 중 7건이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거나 살해를 시도한 사건였다.
자산가 부모 덕분에 부유한 유년 시절을 겪다 파산을 했든 오랜 간병으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든 어느 경우라도 부모는 섬김과 존경의 대상이지 증오와 범죄의 대상여선 안 된다.
「논어」와 「효경」에서 효는 인(仁)을 이루는 근본이며, 덕의 근본이라 했다. 또한 효경은 “부모를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부모를 공경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지 않는다”며 효를 통해 바르고 따뜻한 심성이 길러짐을 말해준다.
이처럼 중요한 효를 일상에서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가. 격몽요결 사친장에서 율곡은 “부모에게 마땅히 효도해야 함에도 효도하는 자가 드문 이유는 부모의 은혜를 깊이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했는데, 이는 효의 실천을 위한 교육과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 거다.
효교육의 내용과 방법은 어떠해야 할까. 「예기」에서 가장 큰 효는 부모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며 부모를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라 했듯 부모의 바람과 기대 및 부모가 자식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경우 등이 다뤄져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효교육 방식은 체화(體化)교육이며, 모범 보이기가 대표적이다. ‘자녀는 부모의 등을 보고 배운다’란 말처럼 자식은 효도하는 부모를 보며 효를 배운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부모의 자식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강조하는 것뿐 아니라 자식의 부모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 갖기가 쉽지 않음을 표현한 말이다.
“참 이상하게도 부모는 미안했던 것만 사무치고 자식은 서운했던 것만 사무친다”라는 명대사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드라마 역시 치사랑의 어려움을 상기시키나, 그것에 머물지 않고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며 깊은 이해와 사랑으로 나아가도록 이끈다.
학교에서의 효교육은 지금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 이때 두 가지를 염두에 두자.
첫째 효교육은 일방성이 아닌 상호성을 바탕으로 한다. 기독교 「성경」, 불교의 「육방예경」, 유교의 「논어」엔 자식의 부모에 대한 섬김과 순종과 아울러 부모의 자녀에 대한 사랑과 돌봄도 나타나 있다. 즉 효교육은 상호적 관계를 기초로 조화를 추구한다. 이에 효교육은 민주시민교육과 대립되지 않는다.
둘째 가족형태의 다양성이다. 한부모, 조부모 가정이 늘고 있다. 학교서 학부모란 용어가 ‘보호자’로 대체된 배경이다. 따라서 교율활동 시 누구도 상처받지 않을 세심함 지도가 요구된다.
가정에 달 5월엔 학교마다 수업과 창체, 행사 등을 통해 효 관련 교육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이때 존중과 배려로 조화를 이루려는 효교육의 상호성과 가족형태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살펴 진정한 공동체성 회복을 이뤄가야 하겠다.
유성동 <좋은교육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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