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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웬만한 식당은 테이블마다 키오스크가 있어서 손님이 앉은 채 주문하고 계산까지 한다. 무인커피숍에서는 로봇이 주문한 커피를 만들어 준다. 사무실에서도 많은 일들을 AI가 대신하고 있다. 번역은 말할 것도 없고 기획서 작성, 광고물 제작까지 생성형 AI에 맡겨 본다. 사람은 그저 제대로 되었나 훑어보며 감탄사만 연발하면 되게 되었다. 산업 현장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집도 로봇 공정으로 며칠 만에 뚝딱 지어낸다. 부식을 막기 위해 대형 선박의 외관을 세척하는 일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잠수부 대신 로봇이 수행하고 있다.
오픈 AI의 챗GPT를 필두로 저비용 고성능의 딥시크 R1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성형 AI 서비스들이 출시되어 경쟁하고 있다. 이를 직접 사용해보고 효과를 체감하면서 AI 파급력은 커졌고, 우려도 높아졌다. 기술혁신이 일자리를 없애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산업혁명의 전 과정에 등장하였다. 산업혁명기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은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일자리 수는 줄지 않았고 일의 형태가 바뀌어 왔다. 그러나 AI가 일으킨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은 다르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일자리의 미래 2023’ 보고서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83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생산현장의 일자리를 AI가 대체하게 되더라도 이를 통해 늘어난 수익이 새로운 투자를 유발하면서 새 일자리들을 창출한다고 분석한다. 뿐만 아니라 AI로 인해 새로운 직업도 생겨나고 있다. 데이터 분석가, 머신러닝 엔지니어, 로봇 유지보수 전문가 등이 그것이다.
1970년대 미국의 로봇 공학자 한스 모라벡은 부호화되어 있는 정보는 인공지능에게는 쉽지만 인간에게는 어렵고, 반대로 부호화하기 힘든 정보는 사람에게는 쉽지만 인공지능에게는 어렵다는 ‘모라벡의 역설’을 주장했다. 모라벡 패러독스는 인간이 AI와 더불어 협업사회, 공존시대를 이끌어갈 것을 예상하게 한다. 감성이나 창조성으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하면, 사람이 하던 일이었는데 완전히 자동화되어 이제는 인공지능이 전적으로 수행하는 일이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이 하는 일을 보조하는 일도 생겼고, 사람이 인공지능이 하는 일을 보조하는 일자리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을 확장하여, 그동안은 사람이 할 수 없던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일도 등장했다. e-커머스나 메타버스가 바로 과거에는 불가능했으나 인공지능으로 가능해진 일자리들이다.
AI 기술의 발전은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어 AI패권을 두고 국가 간 갈등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 달 10일 프랑스에서 개최된 인공지능 정상회의에서 ‘사람과 지구를 위한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인공지능에 관한 선언문’에 미국은 서명하지 않았다. 인공지능을 둘러싸고 중국과의 패권경쟁에 나선 트럼프 행정부는 성장지향적인 인공지능 정책으로 미국이 인공지능 기술의 세계 표준이 되어야 한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미래 사회에 관한 여러 저술로 주목을 받은 제이슨 생커는 그의 저서 '로봇시대 일자리의 미래'(2020)에서 미래 사회를 로보칼립스(Robocalypse)와 로보토피아(Robotopia) 양극으로 대별하였다. 로보칼립스는 모든 직업이 자동화로 인해 사라지고, 기계가 인류를 멸망케 하는 극단으로 조명한다. 반면 로보토피아는 로봇이 모든 일을 다 하므로 사람들은 무한히 자유를 누리게 되는 세상을 그린다. AI가 불러올 미래는 단지 기술과 일자리 문제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기술 경쟁 너머 자국을 위한 규제와 정책이 맞물리게 되는 지점은 로보칼립스와 로보토피아 사이 어디쯤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