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 감소·AI 시대 도전 직면
첨단기술 ‘인재 육성’ 가장 중요
R&D 과제에 도전성 강화하고
안정적 전기에너지 확보는 필수
21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과학기술 강국을 위한 공약들이 제시되고 있다. 우리는 현재 출생률 감소와 인공지능(AI) 시대 도래라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도전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깊은 통찰력과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여러 현안과 미래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 단순히 구호나 주장보다는 우리의 현실에 부합하는 정책을 신속히 실행해야 한다. 제도나 정책은 예방적이고 탄력적이며 체계적이어야 한다.
첨단 전략기술 분야의 인재 육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장이 아닌 데이터 기반으로 인재 양성 및 관리, 그리고 고경력자 관리를 주기적으로 하는 정책을 적극 활용하여 체계적으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첨단기술 분야별 수요를 예측하고 ‘계약정원제’와 같은 탄력적인 인재 양성 정책을 통해 신속하게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연구개발(R&D) 연구원의 경우, 1년 6개월의 육아휴직 대신 일과 육아를 다년간 자유롭게 병행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여성 연구원의 경우 어린 자녀와 함께하는 것은 사회성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생산직 노동자의 경우, 건강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원은 탄력적인 주 52시간 근로제를 사용해서 R&D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경쟁국의 연구원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R&D를 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부처 간 협력이 중요한 시대이고 R&D에 도전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AI와 디지털이 모든 영역으로 확산하면서 각 부처가 관련 사업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사업의 성공 확률이나 실효성을 낮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AI 디지털 주무 부처와 긴밀한 협력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 국가 R&D 과제에 도전성을 강화해야 투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현재 1조원 규모의 도전혁신과제가 추진되는데, 이를 확대하고 타 R&D 과제의 도전성도 높여야 한다. 그래야 경쟁국 대비 승산이 있다.
전통산업이 무너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첨단기술 분야에 많은 벤처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예산 지원뿐만 아니라 제반 제도를 획기적으로 혁신하여 미국의 실리콘밸리 수준이 되게 해야 한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대책은 단편적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의미가 있다. 이제 여야와 정부가 허심탄회하게 절박한 마음으로 종합적 관점에서 걸림돌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그래야 질적으로 의미 있는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
AI 시대에 안정적인 전기에너지 확보는 필수다. 태양전지의 효율은 높이고 풍력발전은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추진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비용과 간헐성 문제로 보완적 대체에너지라는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면서 탄소배출이 없고 안전성이 더욱 높은 SMR(소형 모듈 원전) 개발을 서둘러서 에너지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이 높아지고 우리 젊은이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한편, AI를 위한 반도체 기술은 주로 데이터 센터와 온-디바이스 AI 응용을 위해 개발되는데, 저전력 동작이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우리의 강점인 메모리반도체를 이용하면 온-디바이스 AI의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어 국부 창출과 세계적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 현 정부에서 시작한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의 비전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AI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 일례로 우리는 디지털 의료 데이터 강국이고 이를 이용한 AI 기반 ‘개인 정밀 맞춤형 예방적 건강 서비스’ 개발은 가장 앞서 나갈 수 있는 분야이다. 이 분야 R&D를 더욱 강화하여 AI 기반의 예방 중심 헬스케어 정책으로 국민이 건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건강보험료 절감으로 이어진다.
AI 확산과 출생률 감소라는 파도가 밀려오고 있고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이 시대에는 그 어느 때보다 체계적이고 선제적(예방적)이며 탄력적인 제도나 정책이 꼭 필요하다. 첨단기술 경쟁력 확보와 AI 시대에 경쟁력을 갖는 인재 양성에 총력을 모아야 한다. 과학기술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모두가 한마음이어야 한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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