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에 목마른 임성재…“1승, 상금보다 더 중요”

2024-12-29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잠시 귀국한 임성재(26)를 최근 경기 성남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만났다. 화제가 됐던 그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미국)와의 만남 얘기부터 꺼냈다. 우즈가 주최하는 히어로 월드 챌린지(정상급 선수 20명만 출전하는 이벤트 대회) 개막을 앞둔 지난 4일. 그는 프로암 라운드에 나서는 일반인 참가자와 코스를 돌아보다가 “성재”라고 부르는 소리에 주변을 살폈다. 목소리의 주인은 우즈였다. 대회 주최자로서 대회장을 살피던 우즈가 임성재를 발견하고는 힘껏 이름을 불렀다. 프로암 동반자 모두 우즈의 지인이라 반가움이 더했다.

임성재는 그날의 흐뭇함이 되살아난 듯 빙긋 웃더니 “우즈와 친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즈가 내게 먼저 아는 척해 줘 내심 기뻤다. 무엇보다 나를 ‘성재’라고 크게 불러줘 설??다”며 “반갑게 인사한 뒤 우즈가 프로암 참가자들과 사진을 찍었다. 나도 용기를 내 기념사진 한장을 부탁했다. 실례를 무릅쓰고 팔로 우즈 허리를 감았는데 등 근육이 보통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괜히 우즈가 아니지 싶었다”며 다시 한번 웃었다.

임성재는 이 대회 9위를 끝으로 이번 시즌을 마무리했다. 사실 그의 시즌 전반기 출발은 좋지 않았다. 4월까지 출전한 12개 대회에서 네 차례나 컷 탈락했다. 그 전(2023) 시즌에는 같은 기간 단 한 차례 컷 탈락했다. 임성재답지 않은 성적표다. 4월 말 잠시 한국을 찾은 그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우리금융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샷 감각을 되찾은 그는 미국에 돌아가 승승장구했다. 5월부터 출전한 14개 대회에서 일곱 차례나 톱10에 들었다.

임성재는 “지난 5년간 느껴보지 못한 슬럼프가 전반기 내내 계속됐다. 정신력이 많이 흔들렸다. 어느 순간부터는 화조차 나지 않을 정도였다”며 “4월 마스터스로 기억한다. 컷 탈락으로 3라운드를 뛸 수는 없지만, 레인지에 가 다시 연습했다. 골프채가 미워 보일 만큼 골프가 싫었는데도, 화는 연습으로 풀고 싶어 한참 동안 클럽을 놓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만큼 골프가 밉기까지 했지만,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어렵게 PGA 투어까지 올라왔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버티고 버텼다. 임성재는 “2017년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에서 뛰면서 하나만 생각했다. ‘지난 2년간 모은 상금으로 미국에서 딱 3년만 도전해보자’고 말이다. 그렇게 간절함을 안고 미국에 갔다”며 “다행히 2부 투어에서 빨리 우승해 2018년 말부터 PGA 투어에서 뛰게 됐다. 결과적으로 잘 풀리기는 했지만, 만약 계획이 엉켰더라면 미국은 물론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시드를 잃을 처지였다. 그때의 목표 의식과 의지를 지금도 잊지 않는다”고 돌이켰다.

슬럼프를 딛고 반등에 성공한 임성재는 올 시즌 톱10 8회(4위)를 기록했고, 628만6205달러(약 91억원)의 상금(10위)을 차지했다. 2018년 PGA 투어 진출 이후 최다 상금 시즌이었던 지난해(666만5921달러)와 비슷한 수준으로, 투어 최상위권 선수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상금은 다음 문제다. 선수에겐 당연히 성적, 특히 우승이 먼저”라고 강조한 그는 “2021년 10월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이후 우승이 없다. 내년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다짐했다.

29일 미국 하와이로 출국한 임성재는 다음 달 2일 열리는 PGA 투어 개막전(더 센트리)을 준비한다. 그는 “내년에는 메이저대회에서도 굵직한 성과를 내고자 한다. 또 부상 없이 1년 레이스를 완주해 플레이오프 최종전(투어 챔피언십) 7년 연속 출전 기록을 이어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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