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인텔 쪼개기 매각 검토…파운드리는 TSMC·설계는 브로드컴
美, TSMC-인텔 파운드리 결합까지 꺼내들며 첨단 반도체 끌어들여
TSMC, 대미 투자 방안 내놓을 듯…직접 지원이든 자체 투자든 미 원하는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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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가 위기에 빠진 인텔을 구하기 위해 반도체 설계는 미 브로드컴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대만 TSMC에 분리 매각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판도가 뒤바뀔지 관심이다.
미국의 '인텔 살리기'는 바이든 정부 때부터 지속돼왔던 것으로, 트럼프 2기에서는 훨씬 강력하고도 강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TSMC가 어떤 형태로든 대미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결과적으로 트럼프 정부가 의도하는 '자국 첨단 반도체 공급망 확대'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美 정부, 인텔 쪼개기 매각 검토…파운드리는 TSMC·설계는 브로드컴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중국시보 등 미·대만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최근 TSMC에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를, 브로드컴에 반도체 설계 부문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경영난에 빠진 인텔이 최근 고강도 구조조정에도 자체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 자국 및 해외 기업을 끌여들여 첨단 반도체 생태계를 부활·확장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에게 있어 인텔은 '반도체 왕국 재건'의 상징과도 같다. 인텔은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개인용컴퓨터(PC) 중앙처리장치(CPU)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배했지만 아이폰 등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자 PC 성장이 꺾였고, AMD, 퀄컴 등 경쟁자에게 점유율을 내주면서 실적이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반도체 재건'을 목표로 인텔은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했지만 결과적으로 '큰 손' 유치에 실패하면서 작년 2분기에만 16억1000만 달러(약 2조15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후 전 직원 15%에 해당하는 1만5000명에게 해고를 통지하고 계열사 '알테라' 지분 매각에 나서는 등 자구안을 단행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인텔 심폐소생을 위한 노력은 이전 정부에도 있었지만 트럼프 2기 정부에 들어서는 훨씬 더 노골화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정부가 TSMC에 제조 기술을 라이선스 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TSMC 측이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후 등장한 트럼프 정부 2기는 출범 직후 반도체 무역 불균형을 언급하며 대만의 대미 투자 압박에 나섰다.
대만 언론 중국시보는 14일 트럼프 정부가 ▲TSMC의 미국 내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 ▲미 정부 및 파트너사와 인텔 파운드리 출자 ▲인텔의 TSMC 미 고객사 관련 패키징 주문 직접 인수 등 3가지 안을 제시했다고 전하며 트럼프 정부의 압력이 진행중임을 알렸다.
이 같은 미국의 행보에 대해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교육원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 마이크론을 키워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싶은데 인텔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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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대미 투자 방안 고민…직접 지원이든 자체 투자든 美 원하는 결과
엔비디아, 애플 등 탄탄한 고객사를 보유한 TSMC는 굳이 인텔과 협업을 할 이유가 없다. 파운드리 점유율이 60%를 넘어서며 2위인 삼성 파운드리와의 격차가 40%p 이상 차이가 벌어지고 있고 후발주자 인텔 파운드리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정부가 각종 관세를 들먹이며 대만을 정조준하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각국 대상 상호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며 "우리는 반도체가 우리나라(미국)에서 제조되도록 해야 한다"며 "대만은 우리 반도체 사업을 가져갔다. 우리는 그 사업이 돌아오길 원한다고"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TSMC가 인텔 사업부 인수 보다는 기술 협력을 꾀하거나 TSMC 자체 파운드리 대미 투자를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인텔 경영난 최대 이유가 파운드리인만큼 이 부실 사업부를 인수해 불확실성만 키우는 방식은 피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또한 TSMC가 인텔 파운드리 공장 인수에 참여한다면 TSMC 방식의 라인업 구축에도 별도 비용이 들어간다. 현지 엔지니어 등 수 많은 인력도 투입해야 하는 데다 투입 기간도 짧지 않다. 우량 기업도 아닌 부실 업체를 살리려고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 하는 것을 TSMC 주주들이 그냥 두고 볼 리 없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교육원장은 "TSMC로서는 굳이 부실 기업을 인수할 이유가 없다"면서 "미국 압박에 못이겨 작은 규모의 합작사 참여 또는 기술 라이선스 제공 및 기술 지원 정도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TSMC가 인텔 파운드 사업부를 인수한다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더라도, 경쟁사 인수에 대한 반독점 이슈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자국 내 타기업간 M&A(인수·합병)도 아닌, 타국 기업간 결합을 각국이 인정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이 60%인 TSMC가 인텔 파운드리까지 가져간다고 하면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질텐데 어느 나라도 승인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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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인텔 파운드리 결합까지 꺼내드는 건 美 첨단 반도체 야욕
파운드리 1위 기업과 '후발주자' 인텔 파운드리간 결합 현실성이 낮음에도 트럼프 정부가 인텔 회생을 검토하는 것은 미국 주도의 첨단 반도체 생태계 확대 야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정부는 그간 범용 반도체 생산을 빠르게 늘리며 시장을 장악중인 중국을 비롯해 첨단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조 강국인 한국·대만을 견제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구체적으로 중국에는 대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한국·대만에는 보조금을 대가로 대미 투자를 요구했다.
이런 정책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미루어볼 때 인텔 파운드리 인수 압박도 미 주도의 첨단 반도체 공급망 확대 정책으로 해석된다.
TSMC가 지분을 투자하거나 기술 제휴를 하는 방식으로 인텔 돕기에 나선다면 미국의 반도체 재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TSMC가 인텔 인수를 거절하되 자체 생산라인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해도 첨단 공정 중심 미 반도체 생태계 확장이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교수는 "미국은 2030년까지 완전한 반도체 패권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지배력은 상당하기 때문에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파운드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전개가 삼성에게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 등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수율(양품 비율)이 저조해 '큰 손'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과 대만 대표 기업간 밀착은 삼성 파운드리를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종환 교수는 "미-대만 반도체간 협력은 미 빅테크 수주와도 연결지을 수 있는 데 이런 전개는 수율을 높이고 수주도 확대해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양팽 연구원도 "TSMC와 인텔 파운드리가 합치면 점유율 2위 기업은 위협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