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스키야키라면 진짜 주인공은 ‘우지’

2024-10-31

오늘은 무엇으로 나를 채우지

마쓰시게 유타카 지음 | 이지수 옮김

바다출판사 | 176쪽 | 1만7500원

190㎝가 넘는 장신에 길쭉한 얼굴. 평소에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환해지는 얼굴. 2012년부터 방영 중인 일본 드라마 시리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고로상의 이미지다.

일본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의 에세이 <오늘은 무엇으로 나를 채우지>에 실린 글들은 그가 연기한 드라마 속 고로상을 꼭 닮았다. 특별한 것 없이 평범해 보이는 에피소드 속에 은근한 유머로 맛을 낸 글들이 부담 없이 읽힌다.

그는 자신의 작품은 다시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런 분위기 깨는 발언에 실망하시더라도 어쩔 수 없지만, 무의미한 반성은 하지 않는 성격인지라 과거의 작품은 일절 보지 않는다.” 최근 유행하는 비하인드 영상에도 불만이 많다. 그는 무대의 뒷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는 방송 금지 용어와 업계 폭로담을 큰 소리로 연발해 영상을 못 쓰게 만든다.”

오랜 조연 경험에서 얻은 통찰이 빛나는 대목도 있다. 그는 스키야키를 한 편의 연극에 비유한다고 가정할 때 그 연극의 주인공은 소고기나 대파, 두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자신이 스키야키를 먹는 이유는 우지(牛脂)라고 강조한다.

“주인공들이 날뛰는 동안에도 그는 냄비 바닥에서 무대를 떠받치며, 담백한 연기를 펼치는 야채들에게 풍미를 덧씌운다. 마지막 무렵에는 극에 녹아들어 커튼콜에서는 그의 모습이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중반 2막의 시작 무렵 군중 속에서 그를 찾는다. 조금 야윈 모습으로 양념 국물에 검게 물들어 가면서도 마음은 순백인 그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주위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려도 달걀물을 묻혀 입으로 가져와 천천히 꼭꼭 씹는다.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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