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대 공룡협회 “국민이 ‘반국가세력’? 차라리 공룡 행세를”
붕어빵 3개에 천원 연합 “만화만 보던 청년 밖으로 나오게 해”
전국 누워있기 연합 “탄핵안 가결돼 얼른 편히 누워있고 싶어”
광란의 칼춤 댄스 동호회·탄핵핑 내란핑 와이프지켜핑 등 재치 깃발 줄이어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도 ‘해학의 민족’의 모습이 빛났다. 시민들이 직접 만든 재치 있는 깃발이 여의도 곳곳에서 나부꼈고, 공룡 옷이나 강아지 옷 등 눈길을 끄는 복장으로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도 많았다.
‘중생대 공룡협회’라는 글귀가 적힌 깃발을 든 한소현씨(28)는 공룡 옷을 입고 집회에 나왔다. 한씨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공룡알 모양 초콜릿도 나눠줬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반국가세력’을 비꼬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한씨는 “평범한 국민을 ‘반국가 세력’이라며 국민이 아니라고 한다면, 차라리 공룡 행세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시민의 기본 조건인 책임감이 없고, 나아가 국민에게 총구를 겨눌 수 있다면 우리는 ‘운석 충돌’을 앞둔 공룡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황보현씨(22)는 ‘붕어빵 3개에 천원 연합’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김도균씨(25)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깃발을 들고 나왔다. 김씨는 “정치에 큰 관심 없고 만화만 보던 청년도 밖으로 나오게 한 분노할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지난 13일 대학교가 종강하자마자 집회로 나왔다”며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전국 누워있기 연합’ 소속 20대 남성 지승호씨는 ‘윤석열 퇴진 시민 촛불’ 사전대회 무대에 올랐다. 지씨는 “우리는 타오르는 횃불이다. 당신들을 끌어내릴 때까지 절대 꺼지지 않을 것”이라며 “탄핵소추안이 반드시 가결되고, 얼른 편히 누워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집회 현장에는 ‘광란의 칼춤 댄스 동호회’ ‘전국 네모 연합회’ ‘한국 마법소녀 협동조합’ ‘지속가능한 덕질’ 등 웃음을 자아내는 깃발이 줄지어 등장했다. ‘전국 디스크 통증 호소 연합’ ‘회사 가기 싫은 직장인 협회’ ‘집에 가고 싶은 사람들’과 같은 시민들의 애환을 담은 깃발도 보였다. 윤 대통령 얼굴 사진과 함께 ‘탄핵핑 내란핑 와이프지켜핑’이라고 적은 현수막도 걸렸다.
집회에 몰린 인파로 인해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은 지하철 5·9호선이 오후 3시쯤 한때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4호선에서 9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동작역에서는 급행·일반 열차 모두 꽉 차서 열차 한 칸에 3~4명밖에 타지 못하는 상황이 30분 이상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