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1인 체제’ 탓에…단통법 폐지 이후 시행령 ‘입법공백’

2025-07-20

휴대전화 보조금에 상한선을 없애는 ‘단통법 폐지’가 시장 혼탁 등을 방지할 하위법령이 없는 상태로 이뤄지게 됐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원장 1인 체제’인 탓에 관련 시행령안을 준비하고도 의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이동통신사 등의 협조를 구했고, 기존의 시행령으로도 시장 감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통사들과 유통점이 ‘입법 미비’ 허점을 파고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방통위에 따르면 22일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되고 같은 날부터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시행된다. 그러나 해당 법률에 맞춰 개정된 시행령은 집행되지 않는다. 지난 6월 입법예고까지 마친 시행령안이 준비돼 있지만 방통위 의결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는 5인의 상임위원(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 포함) 중 최소 3인의 출석·표결이 있어야만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 방통위는 2023년부터 상임위원 ‘2인 체제’가 이어져왔고, 지난 1일 김태규 부위원장 사퇴로 현재는 이진숙 위원장 ‘1인 체제’다.

‘시행령 공백’으로 소비자 보호 체계가 헐거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국회는 다양한 보조금 난립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방지 대책 등을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에 담았다. ‘보조금 지급조건의 계약서 명시’ 조항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계약서에 명시해야 할 세부사항이 담긴 법령은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아닌 개정 시행령이다. 방통위가 준비했던 시행령안에 따르면 이통사와 유통점은 계약서에 휴대전화 모델명, 출고가, 할부원금, 월할부금을 비롯해 지원금의 지급주체와 지급방식, 위약금 부과조건, 부가서비스 이용조건 등을 반드시 적어야 한다. 하지만 이 시행령은 집행되지 않기 때문에, 계약서의 세부 요건들을 법으로 강제하기 힘들게 됐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통사들과 협의해 (개정 시행령 내용을 충족하도록) 계약서 양식을 맞추기로 했다”면서 “만약 이통사나 유통점이 고객에게 주요사항을 고지하지 않는다면 기존 시행령으로도 제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동통신 판매 일선의 얘기는 다르다. 서울의 한 판매점 관계자는 “이통3사 중에서 새로운 유형의 계약서를 보내온 곳도 있지만 보내지 않은 곳도 있다”면서 “단통법 폐지 이후 ‘어떤 내용이 반드시 계약서에 들어가야 한다’는 안내나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보조금 자료’ 제출도 원활하게 이뤄질지 미지수다.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은 삼성전자, 애플 등 휴대전화 제조기업과 이통3사의 판매장려금(보조금 재원) 자료를 방통위가 제출받도록 했다. 그러나 관련 자료의 구체적 내역, 제출 기한 등은 개정 시행령에 명시돼 있다. 아울러 단통법 폐지 이후 상황에 맞춘 과징금·시정명령·긴급중지명령 등의 기준도 개정 시행령에 담겨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휴대전화 제조사의 보조금 자료 제출은 요청해서 협조를 받을 것”이라며 “긴급중지명령은 새로운 시행령이 없어서 내리기 어렵게 됐지만, 과징금과 시정명령 등은 기존 법령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행령 공백’에 관한 방통위 대응이 안이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석현 YMCA 시민중계실장은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에 맞춘 새 시행령이 없어도 괜찮다면, 애초 시행령을 왜 개정하려 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계약 단계에서 소비자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계약서 명시 사항을 시행령으로 규율할 수 없게 됐으니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과 안내라도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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