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로 가다가는 중국산 김치에 우리 식탁까지 내줄 판입니다. 김치산업이 살아야 배추·고추·마늘 등 채소산업도 삽니다.”
중국산 김치의 국내시장 잠식이 심각해지면서 국산과 수입 김치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책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입량은 31만1570t으로, 통계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3월 김치 수입량도 8만970t(잠정)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늘었다. 수입량의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김치업계에서 추산하는 중국산 김치의 시장 점유율은 25% 수준. 이마저도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해마다 점유율이 올라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중국산 김치의 시판 가격은 10㎏들이 한상자당 1만2000원~1만5000원선으로 국산(4만∼12만원)보다 크게 낮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세계김치연구소 등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4 김치산업 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도 외식업체가 구입하는 수입 배추김치의 가격은 국산보다 평균 35.4%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업계에선 국산 김치를 정부의 농식품바우처사업과 농산물 할인지원사업의 대상 품목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생산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구조적으로 어렵다면 예산 지원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바우처사업은 중위소득 32% 이하 생계급여 수급자 가운데 임산부나 영유아, 초·중·고교생을 포함한 가구에 바우처(쿠폰)를 지원하는 것이다.
올해 예산은 381억원으로 전국 8만7000여가구가 월 평균 7만9000원을 10개월간 지원 받아 편의점 등 지정된 구입처에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구매 가능 품목은 국산 과일류, 채소류, 흰 우유, 신선알류, 육류, 잡곡류, 두부류 등이다.
안창근 대한민국김치협회 전무는 “두부와 김치는 원물을 절이거나 형태를 변형해 단순 가공한다는 차원에서 특성이 비슷한 만큼 김치도 바우처로 구입할 수 있는 품목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치가 항산화, 대장 건강 증진, 면역기능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만큼 해당 사업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 대상 품목에 김치류가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사업은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낮추고자 신선 농축산물을 구매할 때 품목당 가격을 최대 30%(1인당 최대 2만원) 할인해주는 것이다.
서승일 한국농협김치조합공동사업법인 전무는 “집에서 김치를 담그는 소비자가 줄어든 만큼 김치류를 할인지원 대상에 포함하면 소비자와 업계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식생활소비정책과 관계자는 “내년 농식품바우처사업 대상에 국산 김치를 포함하는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은 1주일 단위로 가격이 급등한 신선농산물을 지원 대상으로 정하기 때문에 김치가 포함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김인경 기자 wh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