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국제마라톤 개최한 北...관광 외화벌이 본격화 신호탄?

2025-04-07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중단했던 평양국제마라톤대회를 6년 만에 다시 열었다. 코로나19가 잦아든 뒤에도 외교관이나 우방국 국적 소규모 단체 관광객에만 제한적으로 국경을 개방한 북한이 이번 행사를 계기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7일 제31차 평양국제마라톤경기대회가 전날 열렸다고 전했다. 김일성경기장에서 개막식이 열렸고, 중국·루마니아·모로코·에티오피아 국적 선수들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온 마라톤애호가(동호인)들이 참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마라톤 주로는 평양 김일성경기장을 출발해 개선거리-우의탑-평양대극장-만경대학생소년궁전 등 평양 주요 지점을 순회하는 코스로 구성됐다. 특히 북한 당국은 처음에는 없었던 평양 종합병원을 뒤늦게 코스에 포함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치적 시설을 부각하면서 이번 대회를 대내외 선전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1981년부터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15일(태양절)을 기념해 열린 평양국제마라톤대회는 북한의 대표적인 외화벌이용 행사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의 참가비는 남녀 풀코스(42.195km) 기준 150달러(약 22만원), 하프코스(21.097km) 100달러(약 15만원), 10㎞와 5㎞는 각각 70달러(약 10만원) 선이라고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이 이번 대회를 계기로 국경을 전면 개방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정은이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 직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해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적극 활용하여 관광업을 발전시키면 사회주의 문화건설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과 함께 지방의 진흥과 나라의 경제 장성을 추동하는 또 하나의 동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관광업 육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실제 북한은 올해 초 중국, 러시아 소재 여행사를 통해 일부 서방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시범 관광을 진행하면서 사업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통일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북한 관광산업 활성화와 통제의 딜레마' 보고서에서 약 3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북한을 방문한 2019년의 경우 9000만~1억5000만 달러(약1322억~2204억원)의 외화 수입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북한 입장에서 자유분방한 성향을 가진 서방 관광객들을 통제하는 건 예상 밖의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보편화한 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이 북한 내 열악한 환경과 궁핍한 주민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민감한 국내 사안에 대해 주민들과 소통하는 것은 그 자체로 체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북한을 방문한 일부 서방 관광객들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주제로 북한 관광가이드와 대화를 나눴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북한 당국은 파병 사실 자체를 주민들에 알리지 않고 있다.

북한도 이를 의식하는 분위기다. 지난 2월 초 시작한 서방 단체관광객 대상 관광을 3주 만에 중단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북한은 자체적인 관광 가이드라인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영국인 소유 북한 전문 여행사인 '고려투어스'는 지난달 28일 홈페이지에 '북한을 여행하는 콘텐트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유용한 정보'라는 글을 올렸다. "북한 내에서 사진·동영상 촬영은 가능하지만, 장소·장비·에티켓에 관한 엄격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도 되는지 확실치 않다면, 먼저 가이드에게 물어보는 것" 등의 내용이다.

정유석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부족한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창구인 동시에 외부 정보 유입으로 체제 이완을 불러올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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