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는 이제 고구려가 자국의 지방정권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동북공정은 진행 중이 아니라 이미 끝났습니다.”
이달 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경주시를 찾아 한중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시간에 첨성대 앞에서 중국의 역사 침탈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였던 서길수 고구리·고리연구소 이사장. 81세의 노학자인 그는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구려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학문적 과업이 아니라 국가의 자존이 걸린 문제”라며 “1인 시위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국내외 경각심을 다시 일깨우기 위한 차원”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고구리·고리연구소는 서 교수가 1994년 설립한 고구려연구회가 전신이다. 연구회는 현재 고구려발해학회로 이름이 바뀌어 후배들이 운영하고 있다. 고구려연구회가 고구리·고리연구소와 고구려발해학회로 나뉘어 서 이사장이 연구소를, 후배들은 학회를 이끌고 있다. 고구리와 고리는 고구려의 옛 이름이다.
서경대 경제학과 교수로 퇴임한 그는 대학에서 경제사를 가르쳤지만 세간에는 ‘쇠말뚝 교수’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우리나라의 정기를 끊기 위해 전국 곳곳에 박았다는 쇠말뚝의 실체를 찾아 뽑아낸 이가 서 이사장이다. 그는 1990년대 쇠말뚝 제거 작업을 하던 중 한반도 북방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서 이사장은 “중국 지린성 지안시에 있는 광개토대왕비를 처음으로 보러 간 게 1990년이었는데 스케일이 그야말로 엄청났다”며 “우리나라가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소국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해와 고구려를 연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동북공정의 심각성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경고음을 울린 학자 중 한 명이다. 동북공정은 중국이 자국 내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뜻한다. 서 이사장은 “중국이 동북공정을 시작한 2001년부터 학계와 정부에 우려를 전달하고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지만 우리 정부가 이를 인지한 것은 2003년”이라며 “초기 대응이 좀 늦었다”고 회고했다.
2009년 동북공정 종료를 공식 선언한 중국은 2016년부터 중국 내 학교 교과서와 백과사전, 인터넷 자료 등을 수정하며 동북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자국의 것으로 굳혀갔다. 서 이사장은 “지금 챗GPT나 딥시크 같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에 고조선·발해·고구려·부여의 역사를 물어보면 중국의 지방정권이라고 나온다”며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다른 사람이 몰래 등기를 한 것을 ‘이중 등기’라고 하는데 지금 우리 역사가 이중 등기된 셈”이라고 한탄했다.
이에 서 이사장은 우리 국민들이 동북공정의 심각성을 더 많이 알 수 있도록 2022년 ‘동북공정백서’라는 책을 펴내고 100원에 판매했다. 학계와 언론 등 누구나 책 내용을 인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실상 무료로 배포한 것이다. 900쪽 분량의 책은 중국 정부에 눈엣가시였고 서 이사장은 올 5월 중국 출장길에 심양공항에서 입국 거부를 당했다.

중국이 이미 동북공정을 끝냈다고는 하지만 서 이사장은 역사 침탈을 둘러싼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주변의 20여 개국과 동북공정 같은 역사 분쟁을 하고 있어 칭기즈칸을 중국인이라고 하고 불교의 기원을 중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중국 주변국들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 전체의 역사 식민화를 막아야 한다”며 국제 공조를 강조했다.
역사적 현장을 찾아다니며 연구를 해오고 있는 서 이사장은 중국 만주 일대를 훑어 고구려 관련 성곽 130곳을 찾아내 축성법을 분석한 ‘한국 성곽의 원형, 고구려 축성법’이라는 책을 펴냈다. 지금은 ‘동북공정 난중일기’라는 책을 집필 중이다. 1986년 첫 중국 방문부터 40여 년간의 기록을 담았다. 서 이사장은 “‘동북공정 난중일기’는 내후년쯤 출간될 예정인데 역시 저작권이 없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PDF 파일로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라며 “이제는 젊은 세대가 중국의 동북공정 대응에 나서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배양수의 Xin chào 1] 사이공(Sài Gòn)인가 서공(西貢)인가?](https://www.aseanexpress.co.kr/data/photos/20251146/art_17631619361994_4a7362.jpg?iqs=0.6702160863983178)





![[설왕설래] 원잠 vs 핵잠](https://img.segye.com/content/image/2025/11/17/20251117516932.jpg)
![[속보] 이재명 정부, 동북아 공식 표기 ‘한중일’로 원상 복구…혼재 논란 정리한다](https://newsimg.sedaily.com/2025/11/16/2H0H5KVM29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