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종·몰염치를 생존 전략 택한 우리” 방심위 5년차 직원의 공개 성토

2024-09-24

‘류희림 민원사주 의혹’ 조직 내 은폐·침묵에

“위법·무례 당연시하는 위원들” 실명 질타글

동료들, 수십건 댓글로 응원·류 위원장 비판

“굴종과 몰염치를 생존 전략으로 택한 우리가 맞을 미래가 우려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직원 A씨는 최근 방심위 내부 게시판에 “당사자로서 위원회의 반복되는 과거와 반복될 현재가 우려돼 감히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며 실명으로 글을 올렸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자신의 친인척·지인이 연루된 ‘민원사주’ 의혹이 내부 고발로 알려지자, 거꾸로 익명의 제보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며 수사의뢰했다. A씨는 최근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2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묻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쓴 글에서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을 덮기 급급한 조직, 불의에 침묵하는 상사와 선배들을 비판했다. 방심위에서 5년간 재직해온 A씨는 “위원회·회사·실국장들이 200여명의 방심위 직원을 무엇으로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심의체계가 붕괴하는 것을 묵인하고, 초법적 직권남용에 동조하고, 동료 직원 징계에 앞장서고, 직원을 보호하긴커녕 경찰을 안내하는 이 곳이 같은 공기를 마시며 미래를 도모하는 공동체가 맞나”라고 질타했다. 그는 “위법과 무례를 당연시하는 위원들, 굴종과 몰염치를 생존전략으로 택한 우리가 맞을 미래가 우려된다”고 개탄했다.

A씨는 “사소한 언론 보도에도 부리나케 자료를 만들어내야 하는 우리 위원회가, 위원장 동생이 민원 넣었다는 내용을 팀장 선에서 묵살했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라며 “보고를 갔다오자마자 이뤄진 민원취하는 텔레파시로 된 것인가”라고 물었다.

경찰의 수사로 인한 압박감과 고통에 대해서도 호소했다. A씨는 “3명의 경찰이 새벽부터 집 앞으로 찾아와, 홀로 검은색 차 안에서 감금되다시피 수색을 받았다”며 “떳떳해도 괜찮지 않다. 범죄와 무관한 일상을 사찰당하는 삶은 고통스럽고 소름돋는다”라고 적었다. 불법 성매매 차단 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수십, 수백만 개의 불법정보는 수사인력이 부족하다며 방치되는데, 압수수색에 동원된 40여명의 경찰은 누구를 위한 사병인가”라고 했다.

A씨가 올린 글에는 그를 향한 응원과 류 위원장에 대한 비판 댓글이 수십건 달렸다. 직원 B씨는 “1년 전부터 알게 모르게 무자비한 폭력들이 직원들에게 가해지고 있다”고 적었다. 직원 C씨는 “위원회 직원들의 눈과 귀를 끝끝내 가리진 못할 것”이라고 했고, D씨는 “떳떳한 사람은 괜찮지 않고 떳떳하지 않아야 할 사람은 괜찮은 일상이 힘들다”고 위로했다.

지난해 류 위원장의 가족·지인 등이 특정 언론사 보도를 두고 방심위에 무더기로 민원을 제기한 사실이 내부 고발로 폭로됐다. 류 위원장은 “민원인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며 내부 고발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는 이와 관련해 방심위 사무실과 일부 직원의 자택 등에 대해 두차례 압수수색을 벌였다. 반면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1월 고발장을 접수한 후 아직 피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공익신고자들은 25일 참여연대에서 ‘우리는 왜 공익신고자가 됐나’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신분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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