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모셔널 오렌지스(이하 EO)가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 한두 번 스쳐 지나갔더라면 인사치레쯤으로 여길 수도 있었겠지만, 이쯤 되면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느껴진다. 작년 단독 공연은 전석 매진, 올해는 ‘2025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나선다. ‘끝내자’라는 문장이 붙은 오렌지 포스터는, EO가 이 도시와 꾸준하고 선명하게 교감해왔다는 또 하나의 증거다.
<하입비스트>는 그들을 마주했다. 새 앨범
이제 이들에게 서울은 낯설지 않다. 그 이유를 굳이 말로 풀지 않아도, 반복해서 돌아오는 그들의 발걸음이 이미 충분한 대답이 된다. 오래 머무르지 않아도, 오래 기억될 팀. EO의 아자드와 발리, 그들과 나눈 이야기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가워요. 작년 8월에 한국 공연으로 왔었죠. 또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까지 서게 됐는데, 한국이라는 나라와 이렇게 자주 만나는 것, 어떤 기분인가요?
아자드: 한국은 음악적으로 정말 깊고 다양한 역사를 가진 나라예요.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큰 영감이 됐고, 늘 저희를 응원해주는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이번 앨범도 저희가 즐겁게 만든 만큼, 듣는 분들에게도 기쁨이 되었으면 해요. 특히 서울재즈페스티벌은 몇 년 전부터 꼭 서보고 싶었던 무대라 5월 31일이 정말 기대돼요.
첫 내한 공연은 전석 매진이었죠. 그날 느꼈던 한국 팬들의 에너지, 혹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발리: 그날 밤은 제 기억 속에 마치 문신처럼 새겨졌어요. 공연장 분위기는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뜨거웠고, 한국 팬들은 듣는다기보다 느끼는 분들이더라고요. 공연 중 어떤 관객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분이 전곡을 따라 부르고 계셨어요. 그 순간, 저희 음악이 얼마나 멀리 퍼졌는지 실감했죠.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참을 자리를 떠나지 못했어요. 한국은 뭐든 늘 진심인 것 같아요.

이번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는 어떤 감정이나 무드를 가장 표현하고 싶어요?
발리: 이번 무대에선 분위기와 움직임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부드럽고 감각적인 무드, 동시에 그루브도 중요하죠. 감정적으로나 사운드적으로 관객들과 함께 떠다니는 듯한 경험을 만들고 싶어요. 공연이라기보다는 모두가 감정을 나누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 EO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장소나 음식, 문화가 있을까요?
아자드: 서울은 정말 세계 최고의 커피 도시 중 하나예요. 제가 ‘XHOTCOFFEE’라는 커피 여행 콘텐츠를 하고 있는데, 서울은 소개하고 싶은 카페가 너무 많아서 아예 한 편을 통째로 써도 부족할 정도예요. (개인적으로는 ‘커피 휘엘’ 강력 추천합니다.) 레코드 숍이나 바도 멋지고요. 매운 음식을 사랑하는 문화도 정말 매력적이에요. 특히 바삭한 김치전을 좋아하는데요. 숲을 지나 들어갈 수 있는, 자판기로 주문하는 숨겨진 맛집이 있거든요. 거기서 파는 걸 제일 좋아해요. 자주 품절돼서 이름은 비밀입니다 (웃음).
‘Emotional’ Oranges, ‘감정’을 이름으로 쓰는 팀이잖아요. 요즘 가장 자주 느끼는 감정은 어떤 건가요? 그 감정이 최근 작업에도 영향을 줬을까요?
발리: 요즘은 ‘호기심’이 가장 커요. 새로운 사운드, 새로운 감정의 영역을 탐험하고 싶은 갈망이 크죠. 머리로 분석하기보단 감각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좀 더 거칠고, 섹시하고, 솔직하게요. 호기심은 항상 우리를 신선하게 만들어줘요.
한국 팬들은 EO 음악을 특정 멜로디나 훅보다는 전체적인 무드 기억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EO만의 무드를 만들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디테일이 있을까요?
아자드: 저는 곡의 가사와 프로덕션 하나하나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편이에요. 보컬이 돋보일 수 있도록 공간을 여유 있게 만들고, 불필요한 요소는 과감히 덜어내죠. 사랑을 다룬 곡이 많지만, 그 안에서도 개인적인 경험이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감정을 구체화하려 해요.

‘Candy Gum’, ‘Out the Blue’, ‘Call It Off’… 곡마다 공간감이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서 사운드를 어떻게 공간처럼 설계했는지 궁금해요.
아자드: 이 세 곡은 모두 꽤 단순한 구조예요. 베이스, 드럼, 앰비언스, 그리고 리드 멜로디(보컬 샘플, 기타, 신스 등). 저와 프로듀서 파트너 차일드는 항상 의도를 가지고 곡을 설계해요. 드럼과 베이스의 관계를 먼저 정립한 다음, 코드가 주는 감정을 따라가죠. “우리는 어떤 감정을 전하고 싶은가?”가 항상 시작점이에요.
EO의 음악엔 팝, R&B, 일렉트로닉, 재즈까지 섞여 있죠. 그런 다양한 장르들이 이번 앨범
발리:

‘끝내자’ 같은 한국어를 활용한 아트워크도 있어요. 한국어의 감정적 뉘앙스를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했는지 궁금합니다.
아자드: 저희 크리에이티브 파트너 브랜도가 그런 이스터에그 아이디어를 냈어요. 저희는 팬들이 퍼즐을 풀듯 재미있게 단서들을 찾아보기를 바라거든요. 언젠가는 꼭 한국에서 뮤직비디오도 찍고 싶어요.
이번 앨범에는 K-POP 아티스트 재현과 협업했죠. 이들과의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졌고,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흘러갔나요?
아자드: 재현을 처음 만난 건 2024년, 그가 ‘Flamin’ Hot Lemon’을 준비할 때였어요. 서로 다른 배경에서 자랐지만 비슷한 음악적 영향을 받았다는 게 신기했어요. 특히 90년대 팝과 R&B 보이밴드에 대한 취향이 닮아 있었죠. 그래서 ‘Call It Off’ 작업할 때 바로 그가 떠올랐어요. 멋쟁이 팝스타가 서울에서 투스텝 밟는 무드랄까요? (웃음). 빨리 군 복무 마치고 같이 축하했으면 좋겠어요.

포스터 속 오렌지 위의 스티커들, 지구 같기도하고 그냥 오렌지에 붙은 스티커 같기도 하네요?
아자드: 이모셔널 오렌지스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해요. 여기선 모든 게 겉보기와는 조금씩 달라요. 만약 오렌지가 지구라면, 스티커나 노래들은 그 위의 대륙들이 아닐까요? 돌려보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요. 직접 돌려보세요.
비주얼 무드는 2000년대 팝 감성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 시기의 미학을 꺼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자드: 그 시절은 훨씬 더 대담하고 컬러풀했죠. 요즘엔 그런 아트 디렉션이 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저희 팀은 여전히 그 미학을 소중히 여기고, 다행히도 우리 팀은 모두 같은 감각을 공유하고 있어요.

EO가 상상하는 10년 후의 모습은 어떤가요? 음악적으로든, 팀의 방향이든.
발리: 10년 후, EO는 하나의 우주가 되어 있을 것 같아요. 음악은 중심에 있되, 영화나 패션, 웰니스까지 확장되어 있을 수도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DJ나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있을 것 같고요. 분명한 건, 몰입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걸 사랑한다는 거예요. 더 커지기보다는 더 깊어질 거예요. 감성적이고, 친밀하고, 멋지게요.
혼성 듀오로서, 때론 감정의 진폭도 다를 수밖에 없을텐데요.
발리: 오히려 그 긴장감이 저희의 마법이에요. 서로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어요. 대비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냈어요. 한 명이 무게감을 잃을 때면 다른 한 명이 든든하게 그걸 잡아주죠. 우린 늘 서로 들어주고, 도전하고, 서로의 진심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둬요. 그 과정이 늘 순탄하지만은 않지만, 언제나 진실되죠.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발리: 한국 팬 여러분, 저희가 받은 사랑을 고스란히 되돌려드리고 싶어요. 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정말 특별한 무대를 보여드릴게요. 그날까지 계속 춤추고, 계속 느끼고, 계속 빛나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