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갈 민따 마앞" SNS 떠돌던 수상한 '암호문'…해석해 보니 '이럴수가'

2025-09-18

인도네시아 젊은 세대가 정부의 강력한 온라인 검열을 피하기 위해 한글을 ‘암호’처럼 활용하며 반정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는 대규모 시위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최소 8명이 숨지고 1200여명이 체포됐다. 지난해 9월부터 하원의원 580명이 주택 수당 명목으로 최저임금의 10배에 달하는 월 5000만 루피아(한화 약 420만원)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심이 폭발한 것이다.

분노한 국민들은 온·오프라인에서 항의에 나섰고, 특히 온라인에서는 독특한 방식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자국어 대신 이를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옮겨 적어 소통하는 방식이다. 한류 영향으로 상당수 젊은 층이 한글에 익숙한 덕분에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그냥 사과하고 국민들 말 좀 들으면 되는데 그게 뭐 그리 어렵나”라는 문장은 인도네시아어를 한글 발음으로 표기한 사례다.

배경에는 정부의 과도한 온라인 통제가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정부 비판 글이 게시되면 곧바로 삭제된다. 당국은 기업에 24시간 이내, ‘긴급’ 사안의 경우 4시간 이내 삭제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불응 시 벌금 부과나 운영 정지 조치도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달 27일에도 “허위 정보 확산”을 이유로 메타와 틱톡에 검열 강화를 요청했고, 틱톡은 1억명 넘는 현지 가입자를 대상으로 실시간 라이브 기능을 일시 중단했다.

이에 맞서 인도네시아 젊은층은 한글 음차 표기를 기반으로 표현을 변형하거나 은어·줄임말을 섞어 쓰는 등 매일 새로운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ㅠㅠ’, ‘ㅋㅋ’ 같은 한국식 온라인 표현도 적극 활용된다. 정부가 전담 해석팀까지 꾸렸지만 하루 수만 건씩 올라오는 게시물을 일일이 통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10년 전 알파벳이 검열 회피 수단이 됐다면, 지금은 한글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글로벌 문화 확산이 정치적 저항 수단으로까지 이어진 특이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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