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비즈니스 포럼 9년 만에 재개, 한한령 돌파구 찾을까

2026-01-05

[비즈한국]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9년 만에 한중 기업인들이 대규모로 한자리에 모였다. 5일(현지시각) 베이징 댜오위타이(조어대) 국빈관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은 단순한 경제 교류 행사를 넘어, 지난 2016년 이후 이어진 ‘한한령(한류 제한령)’ 완화·해제를 가늠할 첫 공식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포럼에 연예·게임 등 문화콘텐츠 산업 수장이 전면 배치되면서, 얼어붙었던 한중 문화·콘텐츠 시장이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연예·게임사 수장 ‘앞으로’…한한령 완화 겨냥

한국 측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를 주축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총 161개 사, 416명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도 허리펑 경제담당 부총리와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런홍빈 회장을 비롯해 기업인 200여 명 등 총 60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정위췬 ​CATL ​회장, 류융 ​텐센트 ​부회장, 리둥성 ​TCL ​회장 등 한국과 협력 관계가 깊은 정보기술(IT) 및 첨단 산업계 주요 인사들도 대거 참석해 실질적인 비즈니스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포럼에서 가장 주목받은 점은 경제사절단의 구성 변화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등 연예·게임 산업 수장이 명단에 포함됐다. 이는 지난 2016년 이후 지속된 한한령의 실질적 해제와 문화·콘텐츠 시장 재개방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 역시 기조연설을 통해 “제조업이라는 단단한 토대 위에 서비스와 콘텐츠라는 색채와 서사를 담아야 한다”며 영화, 음악, 게임, 스포츠 등 문화·콘텐츠 산업을 한중 경제 협력의 ‘새로운 돌파구’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한중 협력의 미래 모델로 고려 시대 국제 무역항이었던 ‘벽란도 정신’을 제시했다. 외교적 갈등 속에서도 교류를 멈추지 않았던 선조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민간 차원의 경제 교류를 전면적으로 복원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아울러 인공지능(AI) 기술이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서 협력의 깊이를 더해줄 핵심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양국이 보유한 비교 우위 산업 간 상호 보완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 공급망·관광 등 MOU 10건 이상 체결 예정​

주요 대기업 수장들도 한중 관계 개선에 따른 경영 환경 회복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중국에서 판매량과 생산량이 많이 줄었지만, 겸손한 자세로 생산과 판매를 다시 늘려갈 계획”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계가 개선된다면 현대차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개회사에서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의 이익을 추구함)’의 정신을 강조하며, 양국 경제인들이 실질적인 성장 해법을 함께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측도 화답했다. 허리펑 부총리는 “중국과 한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라며 “경제·무역 협력이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도록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신뢰와 발전의 관계로 나아가길 바란다며, 400여 곳의 중국 기업이 이번 포럼을 통해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발굴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이번 포럼과 한중 정상회담을 연계해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를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공급망 투자, 디지털 경제, 벤처·스타트업, 환경·기후변화, 인적 교류 및 관광 등 양국 민생과 직결된 분야에서 10건이 넘는 양해각서(MOU)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9년 만에 재개된 베이징에서의 대규모 경제인 회동이 실질적인 경제 복원과 시장 개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향후 정상회담의 최종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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