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불혹(不惑)의 나이에도 여전히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삼성의 포수 강민호(40)가 또 한 번 KBO 포스트시즌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한화와의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쐐기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KBO 포스트시즌 역대 최고령 홈런 기록을 자신의 이름으로 다시 썼다.
19일 대전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삼성은 한화를 7-3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만들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강민호였다. 그는 선발 투수 최원태와 환상의 호흡을 맞추며 7이닝 1실점의 안정적인 리드를 이끌었고, 경기 막판에는 홈런으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9회초 삼성이 5-1로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서 한화의 투수 엄상백을 상대로 타석에 선 강민호가 통렬한 스윙으로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완벽한 투런 홈런이었다. 이 한 방으로 승부는 완전히 기울었고 삼성은 원정에서 귀중한 1승을 챙겼다.
이 홈런의 의미는 단순히 경기 결과 이상의 것이었다. 이날 강민호의 나이는 40세 2개월 1일. 지난해 10월 19일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결승 솔로홈런을 쳐 세운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39세 1개월 2일)' 기록을 스스로 경신한 것이다. 당시 강민호의 결승 홈런으로 삼성은 LG를 1-0으로 꺾고 한국시리즈로 향했다.
올가을 들어 강민호의 체력과 리더십은 그야말로 경이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NC전), 준플레이오프 4경기(SSG전), 그리고 플레이오프 2경기(한화전)까지 총 8경기 모두 교체 없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이뤄낸 기록이라 더 놀랍다.
그는 투수진을 안정적으로 리드하며 경기당 평균 3.4실점이라는 짠물 투구를 이끌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 9실점을 제외하면, 나머지 경기에서 삼성은 경기당 2.6점만을 내줬다. 이는 강민호의 경험과 경기 운영 능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도 베테랑 포수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은 "홈런을 치면서 정말 밥값을 했다. 투수진 관리도 완벽했다. 9회까지 추가점이 없어 답답했는데, 결국 강민호가 해냈다"라며 웃었다.
강민호 역시 인터뷰에서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나는 타구가 넘어가는 걸 보고 홈런인 줄 알았는데, 나 빼고 다들 몰랐던 것 같더라. 1루 돌면서 팬들의 환호가 들리니 기분 좋게 뛰었다"라며 "이 나이에 포스트시즌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몸 관리해서 오래 뛰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타격보다 투수 리드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이번 가을에는 홈런보다 실점을 최소화하는 게 목표다. 1차전에서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 경기 흐름을 놓쳤다. 그래서 오늘은 단순하게, 공에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나섰다. (최)원태가 워낙 잘 던져줘서 수월하게 풀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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