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공동 경제활동’을 원하는 젊은 세대가 증가하면서 남편보다 나이가 많은, ‘연상 아내’의 비율이 점점 커지고 있다. ‘남편은 연상, 아내는 연하’라는 결혼에 대한 고정관념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지만, 이 과정에서 조건에 맞는 상대를 찾는 것이 더 어려워져 결혼 지연과 이에 따른 저출산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이 작성한 인구동태통계에서 2023년 초혼 부부 중 24.8%가 ‘아내가 연상인 경우’로 나타났다. 10쌍 중 2.5 쌍에 해당한다. 이 수치는 1970년 10.3%부터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닛세이기초연구소가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층에서 연상 아내 비율은 30%를 넘어섰다. 이 연구소의 아마노 카나코 인구동태 수석 연구원은 “남성이 여성을 부양하는 형태의 결혼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남녀 모두가 상대의 경제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1년 출생동향기본조사에 따르면 결혼 상대자의 경제력을 ‘중시하거나 고려한다’고 답한 독신 남성이 48.2%에 달했다. 이는 2002년 29.4%에서 1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특히 남성이 결혼 상대 여성에게 바라는 생활방식으로 ‘결혼하고 자녀를 낳으면서도 일을 평생 계속하는 것’이라는 응답이 39.4%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과거 상위에 올랐던 ‘전업주부’(6.8%)나 ‘결혼하고 자녀를 가진 후 일시 퇴직’(29.0%)을 크게 앞질렀다.
이 같은 의식의 변화는 여성 연봉에서도 나타난다. 2022년 취업구조기본조사를 보면 30대 여성의 경우 연봉 150만엔(약 1300만원)에서 999만엔(약 9000만원)까지는 미혼율이 40% 전후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1000만엔을 넘으면 미혼율이 30% 이하로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소득 여성이 결혼하기 어렵다는 과거의 통념이 더는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아사히는 설명했다.
남성과 여성 모두 경제력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결혼 및 출산 자체가 늘지 않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지적도 있다. 조건에 맞는 상대를 찾기가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에 결혼·출산이 지연된다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전 정권이 ‘다른 차원의 저출산 대책’을 내세웠지만, 이는 아동 수당이나 보육 강화 등 육아 세대 지원을 중심으로 해 미혼자에 대한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아사히는 “레이와(일본의 현재 연호)의 결혼관을 바탕으로 이를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가는 남겨진 숙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