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번엔 동남아에 마약 단지…“중국에만 반입 안 하면 OK”

2025-11-09

세계 최대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생산지로 꼽히는 미얀마 마약 단지의 배후에 중국 기업들이 있다고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WP는 미국과 동남아 각국의 정부 문서, 관계자 40여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 기업들이 미얀마에 필로폰 전구체(원료 성분)가 되는 화학물질을 수출해 전 세계에 마약 위기를 촉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마약 조직의 거점인 미얀마 샨주(州)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필로폰 생산지다. 유엔 마약범죄사무국(UNODC)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아 및 동아시아에서 압수된 필로폰은 236t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UNODC는 “미얀마 샨주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필로폰이 생산·밀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 마약 단지 실태…좀비가 된 10대들

샨주는 중국과 국경을 접한 산악 지대다. 중국의 지원을 받는 반군 세력인 와주 연합군(UWSA)이 이곳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UWSA는 미얀마 공산당에 뿌리를 두고 있고, 간부들은 미얀마와 중국 복수국적으로 중국어를 구사한다. 오랫동안 UWSA를 취재해온 언론인 패트릭 윈은 “UWSA는 중국 공산당의 눈을 피해 본토를 벗어난 마약 조직과 협력하면서 마약 범죄에 뛰어들었으며, 마약 완제품이 중국으로 다시 유입되지 않는다는 철칙을 세웠다”고 WP에 말했다.

중국이 이 문제를 방치하는 동안 샨주는 범죄 단지로 전락했다. WP는 ”미얀마의 청년들이 신종 마약의 실험 대상이 되고 있다“며 “마을 곳곳에서 마약으로 사망한 이들의 시신이 버려져 있고, 10대들이 거리에서 좀비처럼 비틀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샨주에서 만들어진 필로폰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쓰나미처럼 덮쳤다. 호주에선 2023년부터 1년 새 필로폰 중독이 21% 급증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불법 마약 사용자가 5년 만에 60% 증가해 4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 국무부는 “아시아를 덮친 ‘필로폰 쓰나미’는 중국 기업의 전구체 화학물질에 의해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국영기업 자회사인 ‘골드링크 인더스트리’는 필로폰의 원료가 되는 염화프로피오닐 72t을 라오스를 거쳐 샨주로 보내려다가 라오스 세관에 단속됐다.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소재 ‘윈그룹 파머슈티컬’은 알리바바에서 마약 원료 성분을 비누나 밀랍 등으로 허위 표시해 위장 배송했다.

전 세계에 마수 뻗친 中 화학기업

중국 기업들은 필로폰 뿐만 아니라 다른 마약에도 손을 댔다. WP에 따르면 중국 기업 중 일부는 펜타닐 원료를 공급한 혐의로 미국의 제재를 받았다. 윈그룹은 미국과 캐나다·멕시코에도 펜타닐 전구체를 판매하다가 적발돼 미국 법원에서 관련된 중국인 2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미국 암호화폐 기업 TRM랩스는 지난해 중국의 화학 업체의 암호화폐 거래 내역을 확인해 120여 곳이 전구체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TRM랩스는 “펜타닐 전구체 판매자의 3분의 2가 다른 마약의 전구체도 판매하고 있다”며 “서유럽에선 엑스터시, 러시아에선 메페드론, 아시아에선 필로폰을 주로 광고한다”고 설명했다.

마약 생산의 온상이 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단속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프린 메카난다 태국 마약단속국(ONCB) 국장은 “중국에서 온 화학물질은 필로폰과 무관한 용도로도 쓰일 수 있어 마약과의 연관성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메카난다 국장은 ”그렇다고 중국에 화학물질 수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건 어렵다. 태국은 미국과 달리 작은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싱크탱크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존 코인 국가안보담당은 "중국의 범죄조직 없이는 동남아에서 필로폰을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를 제한하는 건 전적으로 중국 공산당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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