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의 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을 둘러싸고 양안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라이 총통이 순방길에 미국 하와이를 경유하는 것에 반발해 중국이 대만을 에워싼 대규모 군사훈련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중국 강경 노선이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일종의 경고성 훈련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대만 언론은 라이 총통이 오는 30일부터 태평양도서국을 6박 7일간 방문하는 동안 미국령 괌과 하와이를 경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하와이에선 라이 총통이 현지 싱크탱크와 비공개 교류 행사에 참석해 직접 연단에 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중국 국방부는 라이 총통의 해외 순방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우첸(吳謙)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8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어느 국가든 어떠한 형태로도 대만과 공식 접촉에 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 역시 ‘대만 독립’ 분리주의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마오닝(毛寧) 외교부 대변인도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이자 국제사회의 보편적 공동인식”이라고 반응했다.
중국이 대규모 군사훈련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미 안보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라이 총통 순방 기간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벌여 트럼프 2기 행정부에 경고를 보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는 미 정권 교체 기간 중국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명확한 선을 긋고 미국을 견제하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신문은 또 “지난달 (대만 포위) 훈련과 비슷한 규모일 것”이라며 “해안경비대를 통해 대만 인근 해상을 봉쇄하고 이곳을 지나는 선박을 검사하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지난달 대만 포위 훈련 과정에서 육·해·공군 및 로켓군과 함께 랴오닝함 항공모함 전단까지 동원했다. 라이 총통이 “대만과 중국이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는 '양국론'(兩國論)을 대만 건국기념일(10월 10일·쌍십절)에 재차 거론한 걸 문제 삼으면서다.
대만 총통이 수교국을 순방할 때 미국 영토를 경유하는 문제는 양안 간 오랜 갈등 요소 중 하나다. 적극적으로 ‘경유 외교’를 펼쳤던 차이잉원(蔡英文) 전 총통의 경우 지난해 3월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케빈 메카시 하원의장을 만나 중국의 큰 반발을 샀었다. 당시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차이 총통이 방문한 미국 연구소와 도서관을 제재 명단에 포함했다.
이처럼 양안 간 군사적 긴장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만도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대만군은 중구 본토와 가장 가까운 최전방인 진먼다오(金門島)에서 야간 사격 훈련을 벌였다. 대만 국방부는 “(이번 훈련을 통해) 외곽 섬에 대한 방어와 전투 능력을 검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