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철 집진장치에서 불꽃이 일어 발화가 되면 가스소화기나 분말소화기로는 4~5m 거리까지 분사가 어렵습니다. 자칫 분말로 인해 시야를 가리거나 가스소화기 사용시한인 20초를 넘겨 초등 대처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엔클리어는 4~5m 거리도 문제없고 액체지만 전류가 흐르지 않아 감전 위험도 없습니다.”
박명균 티제이티플러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엔클리어'가 한국공항철도에 설치 된 배경을 이렇게 소개했다. 엔클리어는 박 CTO가 개발한 비전도성 액체 소화기다.
일반적으로 액체는 전류가 흐르지만 엔클리어에 탑재된 소화약제는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 박 CTO가 개발한 소화약제 덕분이다. 박 CTO는 국내외 기업에서 30년간 화학 분야 연구소에서 일하다 비전도성 소화약제를 개발했다. 엔클리어는 국내 최초로 A(일반화재)·C(전기화재) 인증을 통과한 액체 소화기다.
그는 엔클리어 소화약제의 특성을 네가지로 제시했다. 전기화재 소화시에도 소화활동에 의한 감전위험 없다는 것, 액체약제로서 인체무독성 테스트를 마쳤고 부식이나 물로인한 소화 대상인 전자기기 대상물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점, 그리고 동결점이 영하20도로 겨울철에도 성능 저하가 없다고 했다.
실제 박 CTO는 PC 메인보드를 열고 소약약제를 전량 뿌린후 소약약제가 건조된후 정상 작동하는 PC 영상을 공개했다. PC는 액체가 마른 후에는 정상 작동했다. 액체로 인해 전자부품이 부식되거나 단락이 되는 현상이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장점 덕택에 이차전지로 인한 화재도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리튬이차전지는 보통 '음극에서 약 70~ 90도에서 발열반응이 발생하고, 양극에서는 130~150도에서 발생하는데 이때 적절하게 냉각되지 않으면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열에너지 발생 속도가 증가하는 열폭주가 발생한다. 열폭주가 발생하면 분리막이 녹아 내부단락이 발생하면서 화재가 발생한다. 엔클리어는 액체 냉각으로 열을 식혀줌으로써 열폭주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또 비전도성으로 전기가 흐르지 않아 감전으로 인한 2차 피해도 없다. 반면 금속화재소화기의 경우 금속이라는 성질로 인해 열폭주 현상을 막기 어렵고 분사후 잔존물로 인한 소화 대상물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서버가 밀집한 데이터 센터, 병원, 전기충전기 시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실제 이는 현장 설치로 이어지고 있다.
인체에 무해한 점도 장점이다. 일부 가스소화기는 분사시 인체에 치명적인 불산배출로 만성호흡기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올해부터 제조사에서 생산을 중단했다.
박 CTO는 “엔클리어의 특성이 알려지면서 화재가 날 경우 큰 재산상,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이차전지 기업, 병원, 서버실, 학교 등에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또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에 이미 특허를 등록했고 PCT 출원을 통해 유럽 등에도 특허를 등록시켜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품 라인업 확보와 대량 생산을 통한 판매 가격 인하는 풀어야 할 과제라고 했다. 가격이 다소 비싸 늘어나는 전기·전자 제품으로 인한 화재에서 초등 대처를 할 수 있게 제품을 확산시키자는 차원에서다.
그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향후 규모가 갖춰지면 대량 생산 체제를 통해 가격을 합리화시키는 방안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