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한마디에 ‘황남빵’ 동났다… APEC 현장서도 외신 사로잡은 ‘K컬처’

2025-11-01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일. 전 세계 취재진이 모인 국제미디어센터(IMC) 간식 코너 한켠에 유독 많은 인파가 몰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날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서 “선물 받은 황남빵을 맛있게 먹었다”는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취재진에게 간식으로 제공된 황남빵을 직접 맛보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 것이다. 이전까지 대체로 넉넉히 비치돼있던 황남빵은 이날은 채워지는 족족 순식간에 동이 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번 에이펙 정상회의에서는 공식 일정들뿐만 아니라 한국 음식과 화장품 등 이른바 ‘K컬쳐’에도 외신의 관심이 집중됐다. 정상회의 주간 초반에는 일부 외신에서 숙소 등에 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으나 정상회의와 함께 부대 이벤트로 마련된 ‘K푸드’, ‘K뷰티’ 행사 등이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결과적으로 에이펙 정상회의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국 정상들의 한마디에 한국 상품의 인기가 들썩이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경북 경주시 황남빵 본점 앞은 빵을 사려는 인파로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대통령실이 중국 측에 황남빵 약 200상자를 선물한 것을 두고 시 주석이 “맛있게 먹었다”고 콕 짚어 언급한 덕분이다. 주차된 차들 중에는 외교 차량도 눈에 띄었다. 가게를 찾은 A씨는 “원래 또 다른 경주 명물인 찰보리빵을 살 생각이었는데, 시 주석이 맛있다고 말한 걸 보고 황남빵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국제미디어센터 내에 마련된 간식 코너는 외신기자들에게 한국 간식과 전통 다과의 매력을 알리는 장소였다. 숨 가쁘게 이어지는 에이펙 행사 도중에도 국내외 기자들은 틈틈이 이곳을 찾아 한국 전통차와 황남빵, 찰보리빵, 가래떡 등을 즐겼다. 일부 외신기자는 수십 개의 빵을 한아름 챙겨가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필리핀 취재진은 “현장에 많은 한국 간식이 마련돼 있어 배고플 새가 없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정상회의 장소인 화백컨벤션센터 인근에 마련된 ‘K푸드 스테이션’도 한국 대표 음식들을 맛보러 온 취재진들과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중동권 매체에서 일하는 한 외신기자는 한국 치킨을 두고 “어메이징(Amazing)”이라며 “취재하는 동안 이곳에서 매 끼니를 해결했다”고 호평했다.

에이펙 정상회의 기간 한국 음식과 화장품 등 K컬쳐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여러 계기를 통해 계속됐다. 지난 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치맥회동’을 가진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회동은 황 CEO가 한국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제안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화장품을 두고도 글로벌 인증샷이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에센스, 토너, 마스크팩 등 기초 화장품 사진을 올리며 “한국 스킨케어 추천템들(South Korea Skincare Finds)”이라고 적어 화제를 모았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경주 황룡원에서 열린 ‘K뷰티 파빌리온’을 찾아 제품을 체험하고 마사지를 받아보는 등 한국 뷰티 산업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숙소 등 일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에이펙 주간 초기 준비가 다소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외신에서 제기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8일(현지시간) 경주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왕릉과 사찰 등 풍부한 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제공항이 없고 외국 정상과 대기업 대표단을 수용할 숙박시설이 부족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NYT는 “경주가 APEC 개최지로 선정된 이후 한국은 계엄령 선포와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혼란을 겪으면서 준비 일정이 지연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로 에이펙 정상회의 현장에서 만난 외신기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었다. 이탈리아 취재진은 “한국에 오기 이틀 전에 숙소를 찾느라 예약이 어려웠고 비용도 비쌌지만, 다행히 경주시청 근처에 3성급 숙소를 잡았다”며 “사람이 몰리고 도시가 작은 만큼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간식이나 와이파이가 잘 마련돼 있고, 밤늦게까지 취재 장소와 교통수단을 제공해 큰 도움이 된다”며 경주 에이펙이 “매우 잘 준비된 행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