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언제 늙느냐, ‘이젠 나 늙었구나’ 생각할 때 늙습니다. 정신은 늙지 않아요.”
1920년 4월생으로 만 105세이자 세는 나이로 106세인 국내 최고령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12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살아보니 100세는 아무것도 아닌 듯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간담회는 ‘김형석, 백년의 유산’의 출간에 맞춰 이뤄졌다. 김 교수는 지난해 출간된 ‘김형석, 백년의 지혜’로 ‘세계 최고령 저자’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당시 그가 달성한 기록은 103년 251일이었다. 기네스북 최고령 기록을 세운 뒤로도 책 한 권을 더 쓴 것이다.
책은 철학적 사유와 일상을 버무린 에세이다. 전작 ‘백년의 지혜’가 50대 이상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에 나온 ‘백년의 유산’은 그보다 좀 더 젊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썼다. 김 교수는 “(전작의 타깃을) 50대를 대상으로 썼는데 30대부터 읽는다고 출판사 측에서 알려줬다”며 “젊은 사람들도 내 책을 읽어주는구나. 내가 늙었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겠구나. 좀 더 쓸 수 있으면 써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 서른을 넘기고 나서는 특별히 건강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히려 학문을 닦고, 훌륭한 인격자를 본받으며, 제자들을 가르치다가 정년 후에는 일반 사회인과 학생들을 상대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지나갔다고 돌아봤다. 김 교수는 “보통 늙으면 병에 걸리지 않으려고 건강에 많은 시간을 쓰지만 건강은 일을 위해서 있는 것”이라며 “요새는 의학도 발전해서 가정의학에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는데 여러분도 50세가 넘으면 경험 있는 가정의학과 의사에게 건강을 맡기면 된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 교수는 주변에 100세를 넘긴 친구가 7명이 있었는데 그들의 공통점으로 ‘남 욕하지 않는 것’ ‘화내지 않는 것’을 들었다. 그는 “일본 사람들은 60세 넘어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로 독서와 일을 꼽는다”며 “젊게 사는 것, 좋은 시간을 갖는 것, 절망하지 않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간담회에서 “나라다운 나라는 정신적 가치와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라며 법치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군사정권이든 독재정권이든 공산주의 이념이 지배하는 것은 나라다운 나라가 아니다”라며 “법치국가, 법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려면 어른이 젊은 세대를 이끌어야 한다”며 “나보다 유능하고 훌륭한 제자를 키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책에 “지금은 나를 위한 시간은 끝나가고 있다. 그래도 더 큰 희망은 남아 있다.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한 수많은 후배·제자들을 향한 희망”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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