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 소설 <개미>가 한국 웹툰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글로벌 베스트셀러인 <개미>의 IP(지식재산권)가 웹툰 형식으로 활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웹툰의 제작력과 글로벌 베스트셀러 IP의 결합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베르베르는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호텔 크레센도 서울에서 열린 웹툰 <개미> 제작발표회에서 “웹툰은 스마트폰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중요한 매체”라며 “<개미>가 웹툰으로 더 많은 젊은 독자들과 새롭게 만날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원작자 베르베르를 비롯해 작화를 맡은 김용회 작가, 제작과 유통을 맡은 케나즈의 이우재 대표가 참석했다.
베르베르는 이미 완성된 1~2화를 감상했다며 “기존 만화책과 달리 세로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점이 영화를 보는 듯 흥미로웠다”고 평가했다. 이어 “개미들은 모두 비슷하게 생겨 등장인물로 묘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라며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모든 사람이 비슷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 차이를 알게 된 경험과 비슷하다”고 웃음을 섞어 전했다. 그는 “한국은 이제 제2의 고향처럼 느껴진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와 만나는 기회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1991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개미>는 개미와 인간 사회를 대비하며 생존과 진화, 사회 구조를 탐구한 SF 소설이다. 국내에는 1993년 번역 출간돼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현재까지 꾸준히 읽히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원작의 인기와 상징성을 감안해 <개미>를 웹툰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는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김용회 작가는 “원작의 내용이 훌륭하고 대중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웹툰으로 옮기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2025년을 살아가는 지금의 독자들에게 더 재미있게 원작을 전달하기 위해 제작진과 전개 속도 등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카카오웹툰에서 <닥터 파인의 하루>, <도깨비언덕에 왜 왔니?>, <한여름밤의 꿈> 등을 연재해 온 베테랑 만화가다.
김 작가는 특히 소설의 효과적 시각화를 위해 주요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그는 “병정개미에는 상처를, 암개미는 당당한 체형을 부여하는 식으로 캐릭터성을 차별화했고, 개미들이 초반부터 인간처럼 대사를 주고받도록 설정해 독자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이우재 대표는 “웹툰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새로운 장르와 IP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 시작으로 <개미>를 선택했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2년 전부터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직접 프랑스로 날아가 <개미>의 여러 IP 관리사들과 협의 끝에 웹툰화를 진행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25 글로벌 웹툰 지식재산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며 이번 웹툰 작업이 본격화됐다고 한다.
웹툰 <개미>는 총 150화 규모로 4~5년간 장기 연재될 예정이다. 한국과 프랑스에서 이르면 오는 11월 동시 연재가 시작된다. 연재 플랫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전 세계 30개국 100여 개 플랫폼과 배포를 추진 중”이라며 “프랑스에서는 현지 플랫폼 ‘오노(Ono)’를 통해 서비스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