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지급 시작…한 달간 예산 대부분 소진
한 달 만에 소매판매 마이너스…내수 부진 장기화
올 1월 자영업자 수, IMF 금융 위기 당시보다 감소
[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내수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며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위기에 처했다. 올해 자영업자 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올해 정부가 처음 진행한 소상공인 배달·택배비 지원 사업이 운영 한 달 만에 예산 대부분을 소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뉴스핌>이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소상공인 대상 배달·택배비 지원 사업(2037억원) 중 3월 19일 기준 1629억원이 집행됐다.

소상공인 배달·택배비 지원 사업은 모두 2037억원이지만, 콜센터 및 홍보비를 제외한 배달·택배비 직접 지원 예산은 1946억원이다.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 소상공인(퀵서비스·배달업·택배사 제외)은 최대 3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17일부터 신청·접수를 받고 그달 21일부터 지급을 시작했다. 신청자가 빠르게 늘면서 당초 준비한 예산 83.7%가 한 달만에 소진됐다. 지난달 배달플랫폼·배달 대행사 등 배달비 실적이 사전 확보된 '신속지급 대상자'를 지원 대상으로 한정한 것을 감안해도 소진 속도가 빠르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며 소비가 줄자 소상공인·자영업자가 관련 지원책에 쏠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통계청의 '2025년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작년 10월(-0.7%)과 11월(-0.7%)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12월 들어 0.2% 소폭 반등했지만, 한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의복 등 준내구재(-2.6%), 화장품 등 비내구재(-0.5%) 등에서 판매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이런 가운데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매출 회복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72.0%가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했다. 올해도 순이익과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 역시 각각 62.2%, 61.2%에 달했다.
전체 자영업자 숫자도 확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조치 등 각종 지원 정책이 끝난 후에도 내수 침체가 계속되며 폐업 절차를 밟은 자영업자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 1월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2023년 1월(549만명) 이후 가장 적다. 이는 지난 11월(570만명) 이후 두 달 만에 20만명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겨울철에 자영업자 규모가 감소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전년 1월 대비 2만8000명이 줄었다.
또 IMF 외환위기 사태가 발생한 1997년(590만명)과 1998년(561만명),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600만명)과 2009년(574만명)보다도 적다.
상황이 이런데도 뾰족한 정부 해결책은 없다. 정부 예산 지원에 한계가 있는데다, 장기 경기 불황 상황에서는 정부 지원 예산에 대한 효과성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고물가로 소비가 크게 위축되며 외식업의 폐업도 늘어났고, 작년에는 티몬·위메프 대금 미정산 사태 등으로 인해 통신판매업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이어 최 교수는 "자영업은 기본적으로 사업 진입이 쉬워 지속 가능하기 어려운 상황에 노출되기 쉽다. 최근처럼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는 정부의 지원 사업만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사업을 지속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라며 "결국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매출 확대로) 예산 지원 없이도 각종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상황이 와야 할 텐데, 내수 불황 장기화로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배달·택배비 지원을 상반기 내 전액 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예상 수혜 기업은 모두 68만개사(신속지급 대상 13만개사·확인지급 대상 55만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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