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질적 발목 부상에 슬럼프
‘88타 룰’ 1R 컷오프 등
올 19번 대회 주말경기 전무
우즈도 허리 수술 뒤 ‘85타’
다시 우승하기까지 5년 걸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한때 긴 슬럼프에 빠져 한 라운드에 85타를 친 적이 있다. 부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시 일어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최다승 타이 기록인 82승을 달성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9승을 올린 장하나도 우즈 처럼 다시 깨어날 수 있을까.
장하나는 지난 7일 끝난 KLPGA 투어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했다. 1라운드에 78타를 쳤던 장하나는 2라운드에는 82타를 쳐 이틀 합계 16오버파 160타로 공동 112위에 그쳤다. 올 시즌 출전한 19번의 대회에서 15번째 컷 탈락이다. 나머지 4개 대회는 기권했다. 장하나가 올해 주말에 경기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장하나는 지난달 21일 개막한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때는 1라운드만 치르고 컷 탈락하기도 했다. 이날 16오버파 88타를 친 장하나는 이른바 ‘88타 룰’을 적용받았다.
KLPGA 투어가 201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88타 룰’은 16오버파 이상 타수를 친 선수는 다음 라운드에 경기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대회의 빠른 진행을 위해 도입됐다. 장하나는 올해 이 규정을 적용받은 첫 번째 선수다.
장하나는 KLPGA 투어에서 15승, LPGA 투어에서 5승을 올렸다. 이 가운데 2019년 우승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두 투어를 겸해 열린 대회여서 장하나는 양 투어에서 총 19승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장하나가 지금은 긴 잠에 빠져있다. 2021년 9월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우승 이후 우승이 없다.
고질적인 발목 부상이 원인이다. 2013년 오른쪽 발목을 처음 다쳤던 장하나는 2022년 4월 28일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치고 발목 부상으로 기권한 뒤 긴 침체기에 들어갔다. 그나마 2022년에는 3위 한번을 포함해 ‘톱10’에 두 번 들기도 했지만 2023년에는 컷 통과 두 번에 최고 순위가 공동 56위에 불과했다. 지난해 출전한 4개 대회에서 한 번 컷을 통과해 72위를 기록한 뒤 병가를 냈던 장하나는 올해는 컷 통과도 한 번 못하고 있다.
각종 부상을 안고 살던 우즈는 2013년 허리 부상이 발생한 뒤 2014년 수술을 받았고 이후 몇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다. 2013년 8월 4일 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시즌 5승째를 거둔 우즈는 2018년 9월 23일 투어 챔피언십에서 다음 우승을 기록하기까지 5년 1개월여가 걸렸다.
2015년에는 선수 생활 최악의 스코어를 기록했다. 6월 열린 메모리얼 토너먼트 3라운드에 13오버파 85타를 쳤다. 같은 조로 경기한 잭 블레어(미국) 보다 15타를 더 쳤다.
우즈는 이날 경기에 대해 “사람들이 내 플레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해 2월에는 피닉스 오픈에서 1라운드에 73타, 2라운드에 82타를 치며 컷 탈락했고 6월 열린 US오픈에서는 첫날 80타, 2라운드에 76타를 쳐 컷 탈락했다.
이후로도 여러 번 수술을 받은 우즈는 2017년 2년 연속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은퇴설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다시 돌아와 2018년 9월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PGA 투어 80승을 달성했다. 이어 2019년 4월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메이저 15승을 달성했고, 10월 조조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PGA 투어 통산 82승을 달성했다.
장하나는 초등학생이던 2004년 한국을 찾은 우즈로부터 ‘가르칠 것이 없는 선수’라는 칭찬을 받은 선수다. 그런 장하나가 옛모습을 되찾는다면 또하나의 부활 스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갈 길은 바쁘다. KLPGA 투어 시드가 올해로 끝나기 때문에 시드부터 지켜야 한다. 장하나가 남은 대회에서 상금 순위 60위 안에 들지 못하면 정규투어 시드순위전을 통과해야 내년에도 KLPGA 투어에서 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