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미혼 자녀의 결혼을 재촉하기 위해 ‘결혼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중년 여성’을 연출한 인공지능(AI)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병원에서 눈물을 흘리는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이 영상들은 실제 인물이 아닌 AI로 제작된 것으로 일부 부모들이 이를 구매해 자녀에게 보내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한 숏폼 플랫폼을 중심으로 병원 복도에서 울거나 분노를 터뜨리는 중년 여성들의 AI 영상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영상 속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젊었을 때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말한다.
한 영상에는 58세 여성으로 설정된 인물이 등장해 “젊었을 때 결혼하고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며 “이제는 병원에도 혼자 다녀야 한다”고 토로한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56세 여성으로 설정된 인물이 “부모님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라고 했지만 귀찮게 느껴 그 말을 듣지 않았다”며 “지금의 내 모습을 보라”고 말한다. 영상에는 이 여성이 중국 서북부 간쑤성 출신이라는 설정까지 덧붙었다.
자녀가 없는 중년 여성이 맞은편 병상에서 가족들의 간병을 받는 환자를 바라보며 “딩크(무자녀) 삶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다”고 울분을 토하는 장면도 있다. 영상 속에서 여성들은 병원 복도나 병실에서 울거나 화를 내고 주변 사람들은 이를 담담한 표정으로 지켜본다.
이들 영상은 게시자가 ‘AI 생성 영상’임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조회 수와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주요 시청자는 미혼 자녀를 둔 부모들이다. 일부 부모들은 “이런 영상이 더 많이 필요하다”, “아직도 독신을 고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자”, “정신 못 차린 젊은이들을 위한 중요한 교육 도구”라는 반응을 남겼다.
반면 젊은 세대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한 누리꾼은 “50대 미혼 여성들은 영상 속 여성들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며 “여성들은 보통 결혼과 육아로 건강과 에너지를 희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부모님이 이 영상을 진짜라고 믿고 나에게 보낸다”며 “나중에 사기당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영상을 공유하는 부모들은 AI 영상인지 여부에는 관심이 없고 내용에만 동의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이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은 미혼 여성들에게 불안을 조성하고 기혼자와 미혼자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 같다”며 “결혼과 비혼에는 옳고 그름이 없고 행복해지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논란은 중국 사회의 결혼·출산 현실과 맞물려 있다. 중국은 지난해 1980년 이후 가장 적은 혼인 건수를 기록했다. 혼인 신고를 한 커플은 610만 쌍에 그쳤다. 신생아 수는 전년도 920만 명에서 954만 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194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전년도에 비해 반등한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가 ‘용의 해’였던 점이 출생아 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용띠 아이가 행운을 가져온다는 인식이 강하다.
SCMP는 이러한 통계를 근거로 중국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 대신 독신 중심의 삶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결혼과 자녀를 통해서만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부모 세대의 전통적 가치관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