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눈 앞서 쓰러진 '굴욕 구축함' 23일만에 복구…정상 기능 의문

2025-06-13

북한이 지난달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눈앞에서 쓰러진 신형 5000t급 구축함의 수리를 마치고 진수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질책에 간부의 순직까지 감수하고 복구를 서둘렀는데, 해당 구축함이 정상적으로 기능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커다란 교훈 얻어…해마다 두 척 취역"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전날) 조선인민군 해군 구축함 진수기념식이 나진조선소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달 말 당 전원회의 전까지 "무조건 원상복원"을 지시한 김정은은 이날 진수식 연설에서 "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두 주일여 만에 함을 안전하게 세우고 물에 띄웠다"고 성과를 강조했다.

구축함은 '강건호'로 명명됐다. 강건은 김일성의 빨치산 동지로, 북한의 초대 인민군 총참모장을 지낸 인물이다.

앞서 강건호는 지난달 21일 청진조선소에서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측면 진수 도중 균형을 잃고 쓰러져 선미가 바다에 완전히 침수됐다. 당시 격노한 김정은은 이날 진수식에서도 "예상치 못한 황당한 사고로 당황실색했다"며 "국가의 존위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추락시킨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적 행위"였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날은 "어떤 의미에서는 필요한 과정을 경과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참으로 커다란 교훈을 축적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이날 해군력 강화 의지도 재확인했다. "우리는 계속하여 이와 동일한 급 또는 그 이상급의 구축함들을 매해 두 척씩 무어(묶어) 해군에 취역시키게 된다"면서다. 조선·방산 강국인 한국도 구축함 한 척을 짓는 데 2~3년이 걸리는데 북한은 이를 해마다 두 척씩 취역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이는 해군력 강화에 대한 김정은의 집착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정은은 또 "머지않아 태평양상에는 침략의 전초기지, 모항들에로 향한 우리 전함들의 항로들이 개설될 것이며 우리 동서함대들의 항해일지에는 적수국들의 주요항들과 해역명들이 기록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정은이 언급한 '침략의 전초기지'는 진해 등 한국의 군항이나 미 제7함대사령부인 일본 요코스카항, 괌 미군기지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美 겨냥하며 韓 언급 자제

그러면서 이는 미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정은은 "최근 미국과 추종국가 군대의 도발적 흉심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며 "우리는 침략적인 상대에 대하여 비등된 힘으로써 매사 반사적으로 반응할 것이며 압도적인 군사적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거론한 '추종국가'는 한국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을 명시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다. 지난 4월 25일 북한의 첫 번째 5000t급 신형 구축함인 최현호를 진수할 때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9차례 거론했던 것과 대조된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변화된 한반도와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메시지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한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북한도 대남 방송 중단으로 즉각 호응하는 등 새 정부의 대북 유화책에 힘을 실어주려는 기조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장비 침수 가능성…추가 수리 필요"

하지만 북한이 이날 공개한 강건호의 성능을 두고선 의구심이 제기된다. 김정은의 실추된 위신을 만회하기 위해 외형만 급히 복구한 뒤 진수식을 강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이날 "선체가 직립해서 청진에서 나진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선체 변형이나 파공같은 심각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주요 장비가 침수·손상됐을 시 원상 복구에 장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외형상 결함은 확인되지 않으나 정상 기능 수행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다.

이어 통일부는 "해상에서 접안된 상태로 진행된 최현호 진수식과 달리 (강건호는) 드라이 독(Dry dock) 안에서 진수식을 진행한 것으로 볼 때 상당한 수리가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정상 복구'를 주장하기 위해 진수식 직후 함무장 실사격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최현호는 진수된 지 사흘만인 4월 28일부터 이틀 동안 첫 무장시험사격을 실시했다.

"자력 항해 못 하고 예인선 끌고 와"

합참 관계자도 "외형상으론 수리가 완료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운용은 한·미 정보 당국이 계속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추적·감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청진에서 좌초한 강건호가 나진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력 항해한 게 아니라 예인된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엔진이 망가졌을 수 있단 얘기다.

이와 관련, 이춘근 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엔진, 전자·화력통제 장비 등이 침수됐고, 바닷물에 노출되면 부식이 빠르게 진행된다”며 “이미 큰 충격을 받은 함정이라 정밀 작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은 진수 후 약 1년간 시험을 거치지만 북한은 이를 무리하게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장비는 여전히 복구되지 않은 모습이라는 지적도 있다. 군사전문 기자 출신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최현호에는 북한판 대함 스파이크 미사일이 있는데 강건호에선 보이지 않는다"며 "대함 미사일 발사대 등이 파손돼 일부 장비를 미탑재한 상태에서 진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순직 마음 아파" 직접 위로

한편 이번 사고 수습 과정에서 사망자가 나왔다는 사실도 김정은이 직접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김정은은 "청진조선소 현대화직장 제관1작업반장 조금혁이 순직했다"면서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유가족에겐 '사회주의 애국 희생증' 수여를 약속했다. 무리한 속도전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이로 인한 민심의 동요를 막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진수식에는 김정은의 딸 주애도 참석했다. 또 공개된 사진을 통해 해군 사령관이 김명식에서 박광섭 상장으로 교체된 사실이 확인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진수식에 김명식과 박정천(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사고 책임을 물어 문책성 경질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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