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집게 들고 한강 조깅? 이상한 사람 아니고 엠제코입니다

2025-05-21

서울시 성동구에 거주하는 이은화(35)씨는 21일 돌이 막 지난 아기와 함께 인근의 ‘제로 웨이스트’ 상점으로 향했다. 비닐과 플라스틱 포장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기 위해 내용물만 공병에 담아 팔고, 재생용지로 만든 포장지를 쓰는 상점이다.

이씨는 집에서 세척해 가져온 공병들을 상점에 기부하고, 코코넛 오일로 제조된 유아용 친환경 세제를 공병에 가득 담았다. 그는 “아기에게 무해한 세제를 필요한 만큼 살 수 있고, 플라스틱 쓰레기는 배출하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상점을 운영하는 문혜민 베러얼스 대표는 “주로 동네 주민, 상점 주인들이 찾아왔는데, 요즘엔 우리 가게에서 만든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스테인리스 수세미가 화제가 되면서 다른 지역에서 오는 분도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후 위기와 환경 이슈에 민감한 MZ세대의 일상 속 친환경 활동이 늘고 있다. ‘엠제코’(MZ+에코)라고 불리는 이들은 윤리와 의무감를 강조했던 종전 환경운동 세대와 달리 공감·감성·실용·즐거움을 통한 일상 속 실천을 중시한다. 직장인 양희주(24)씨는 대학생 때부터 버려지거나 쓸모가 없어진 물건에 새로운 아이디어나 디자인을 더 하는 업사이클링 패션에 관심을 가졌다. 양씨는 “폐현수막, 폐타이어를 활용한 가방의 디자인에 끌렸다. 지금도 포장을 최소화한 화장품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한국 MZ 세대는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이 높은 편이다. 국제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세계 39개국을 조사한 결과, 설문에 응답한 대상 MZ세대의 85%가 지구 온난화를 ‘심각한 위협’이라고 응답했다. 한국 MZ의 응답률은 93%에 이르렀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MZ세대는 의무감보다는 마음을 움직이는 가치에 따라 움직인다. SNS를 통한 친환경 활동의 인증도 기후 위기에 대한 MZ 세대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들은 엠제코가 참여할 수 있는 관련 행사를 열고 있다. 국내에서 28년 만에 개최하는 ‘세계 환경의 날(매년 6월 5일)’ 행사가 대표적이다. 환경부와 유엔환경계획(UNEP)가 공동 주최하는 이 행사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주제로 6월 4·5일 양일간 제주도에서 열린다.

첫날 열리는 미래세대 환경 포럼은 자원순환을 주제로 정부·시민사회·청년 세대가 소통하는 자리다. 인도네시아 찌따룸강 오염을 정화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MZ환경운동가 게리 벤체기브가 개인의 실천이 지역사회를 변화시켜 정책에 영향을 준 사례를 공유한다. ‘환경 북콘서트’, ‘환경 동아리 어울림 마당’도 마련된다.

행사를 앞두고 서울 한강 공원에서는 산책ㆍ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 행사가 열린다. 부산 해운대에선 다이버들이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이 진행된다. 행사를 앞두고 SNS에는 플라스틱 줄이기를 위한 다짐과 실천을 담은 '#세계환경의날', '#플라스틱오염종식', '#BeatPlasticPollution'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장이재 환경부 국제협력담당관은 “세계 환경의 날’ 행사가 1997년 서울에서 개최된 이후 약 한 세대가 지나 다시 열린다”며 “기후 변화와 플라스틱 오염에 관심이 많은 MZ세대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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