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 다큐멘터리 ‘로스트 버스데이’ 무료 시사회에 모인 해외 입양인 50명···“내 뿌리도 알게 됐으면”

2025-09-16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말을 배우기도 전에 세계 각지로 떠나야했던 ‘해외 입양인’ 50여명이 16일 서울 중구의 한 영화관으로 모였다. 태어난 곳은 같은데 이들이 자란 곳은 덴마크, 벨기에, 프랑스, 미국 등으로 제각각이었다. 입양인들은 함께 영화를 보며 모두가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날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주최로 영화 <로스트 버스데이(Lost Birthday)> 시사회가 열렸다. <로스트 버스데이>의 뜻은 ‘잃어버린 생일’, 입양 과정에 자신의 생일을 비롯한 모든 기록을 잃어버린 해외 입양인들의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다.

<로스트 버스데이>는 진화위가 지난 3월 낸 진실규명 보고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진화위는 약 2년 7개월 동안 국가기록원·외교사료관·서울기록원·국내 4대 입양알선기관 등을 조사한 뒤 ‘한국 정부가 해외 입양을 부실하게 관리했고, 기본적인 인권 보장 책무를 저버렸다’라 판단했다. 더 많은 아이를 해외로 보내기 위해서 친생부모의 동의서를 받지 않거나, 신원을 바꿔치기한 사례도 드러났다.

<로스트 버스데이>는 덴마크 한인 입양인 그룹(DKRG)의 공동대표 한분영씨와 피터 민 홍 레겔 뮐러의 활동을 큰 줄기로 삼는다. 두 사람은 한국출신 입양아의 서류에 성별이 잘못 기재된 사례, 같은 문서 내에서도 기록이 계속 바뀌는 사례 등을 찾아낸다. 입양 당시 몸무게·건강 상태와 서류상 건강 상태가 완전히 불일치해 평생 지병이 있는 줄 알고 살아야 했던 입양인도 있다. 뮐러는 영화에서 “수천 건의 입양 서류를 확인했지만 ‘진짜’는 하나도 없었다”고 말한다. 이들의 활동은 덴마크, 노르웨이가 해외 입양을 중단하고 입양 기관을 경찰에 고소하는 일로 이어진다.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춘희 로멜렌(한국명 고춘희)은 1976년 태어나 10개뭘만에 벨기에로 입양됐다. 로멜렌은 지난해 자신의 출생지로 기재된 서울 강동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며 부모를 찾았지만 실패했다. 로멜렌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영화에 나온 사람들과 같이 나도 ‘고향은 어딘지’ ‘진짜 생일은 언제인지’에 대한 질문을 항상 품고 살아와서 울컥했다”며 “진화위 3기가 생긴다면 반드시 진실을 알기 위해 사건 접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에 미국으로 입양된 이모씨는 “영화 주인공들과 같이 나도 서류 조작 문제를 겪어서 정확히 언제 태어난 지 모른다”며 “더 많은 사람이 진실을 알고 배상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시작에 앞서 연출자 이주원 감독은 “불법 해외 입양 피해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의,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함께 출연자들의 소망을 느낄 수 있길 바라본다”고 말했다.

허상수 진화위원은 “‘해외 입양’이 아닌 아동을 강제로 이동시킨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부 시기에 많이 일어난 일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사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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