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업] 주의산만증 내 아이 양육법

2025-03-03

“이 병은 제약 회사와 의사들이 짜고서 돈 벌려고 만들어낸 병이다.”

미국의 한 사회학자가 ADHD에 대해 했던 말이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두뇌에 대한 연구 경험이 없어 보인다. 활발하고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며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내아이들에게 자주 진단되는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를 경험해보지 못한 듯하다. 많은 한인 부모들도 자녀가 ADHD 진단을 받을 때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ADHD는 신경발달장애(Neurodevelopmental disorder)중 하나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어린 시절부터 증상이 나타나 평생 지속되는 질환이다. 이는 아이의 잘못도, 부모의 잘못도 아니다. ADHD는 명확히 확인된 정신과 질환이며, 최근 한국에서도 관련 서적이 다수 출간되는 등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필자의 저서 ‘나와 나의 가족이 경험한 ADHD’도 2020년 출판 당시 많은 의심을 받았지만, 4년 만에 초판이 매진되었고, 현재 제2판이 출간되었다. 또한 러셀 바클리 심리학자의 ‘이런 아동을 기르는 12가지 원칙’ 역시 ADHD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책으로 추천할 만하다.

ADHD는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이 100명 중 7.5명꼴로 발생하는 흔한 질환이며, 소아정신과에서 가장 빈번하게 진료하는 질환 중 하나다. 최근 후배 정신과 의사로부터 한국에서는 ADHD 진단율이 미국보다 두 배에 가까운 13% 이상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진단 후 치료받는 환자 수가 현저히 적다는 것이 문제다.

ADHD는 주의 집중, 목표 행동 수행, 감정 조절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lobe)의 이상으로 발생한다. 도파민(Dopamine)이나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집중이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여섯 살 아이가 학교에서 제자리에 앉아있지 못하거나 체육 시간에 거리로 뛰어나가는 행동은 ADHD 증상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주의 산만한 행동이 ADHD 때문만은 아니다.

필자가 치료했던 한 멕시칸 소년은 “요즘 너를 슬프게 하는 일이 있니?”라는 질문에, 멕시코로 추방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털어놓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처럼 감정적 요인이 학습태도나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ADHD 진단은 신중해야 한다.

ADHD는 반드시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의 철저한 평가를 거쳐야 한다. 가족력 검토도 필수적이다. 과거 또는 현재 친척 중에 잦은 분노 표출, 폭력,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은 없는지, 불안이나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술이나 약물에 의존했던 사례는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한, 임신 중 과도한 알코올 섭취, 수돗물의 높은 납(lead) 함유량, 유아기 두부 외상, 독성 물질 섭취 등 환경적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ADHD 환자의 상당수는 초등학교 3학년쯤 본격적으로 진단을 받는다. 부모는 자신의 아이만 바라보기 때문에 문제를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교사는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여 문제 행동을 쉽게 구별해낼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는 남아의 ADHD 진단율이 여아보다 2~3배 높지만, 사춘기 이후 여아의 진단율이 증가해 대학교에 이르면 남녀 비율이 거의 동일해진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중반 ADHD의 심각성을 깨달은 부모들과 상담가들이 전국적 운동을 펼쳐, 연방법 IDEA(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를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ADHD를 포함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시험 시간 연장, 조용한 장소에서 시험 보기, 숙제량 조절 등 다양한 학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한인 부모들은 ADHD 진단과 치료를 숨기려 하며, 이로 인해 아이가 자신의 문제가 ‘부끄러운 것’이라고 인식할 위험이 있다.

ADHD 진단은 증상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며, 학교, 가정, 학원 등 두 개 이상의 환경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때 가능하다. 만약 학교에서만 문제가 발생하고 가정이나 학원에서는 이상이 없다면, 학교 내 따돌림이나 교육 방식 문제를 의심해야 한다. 반대로, 가정에서만 문제가 크다면 가족 간 갈등이나 학대 등의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

ADHD는 단순한 ‘주의산만’이 아니라, 생물학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신경발달장애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아이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와 사회의 역할이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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