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25년간 실종된 딸을 찾아 전국을 누비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한국인 아버지의 사연을 조명했다.
NYT는 12일(현지시간) "그의 딸은 1999년에 실종됐다. 그는 그렇게 보낼 수 없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송길용 씨(71)의 애절한 부정(父情)을 소개했다.
송 씨의 딸 송혜희양은 1999년 2월 13일 송탄여고 2학년 재학 중 하교길에 실종됐다. 당시 17세였던 혜희양은 자택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경찰은 초기 수사에서 혜희양을 단순 가출로 분류했다. 당시 실종자 수사 규정상 8세 미만만 실종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이후 기준이 상향됐으나, 초동수사 실기로 송 씨 부부는 직접 딸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송 씨는 저축한 돈을 모두 털어 전단과 현수막을 제작했다. 딸의 사진이 크게 인쇄된 트럭을 몰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소주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가로수와 전신주마다 "실종된 송혜희를 찾아주세요"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2014년 공소시효 만료로 사건이 미제로 남았음에도 송 씨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2017년까지 약 80만km를 운전하며 300만 장의 전단을 배포하고 2500개의 현수막을 설치했다.
큰딸은 2018년 아버지의 '자기파괴적 집착'을 끝내고자 트럭을 폐기했으나, 송 씨는 익명의 기부금으로 새 트럭을 구입해 딸 찾기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큰딸과의 관계는 더욱 멀어졌다.
송 씨의 오랜 친구이자 '전국 미아·실종 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 회장 나주봉 씨(67)는 "그는 끝까지 딸이 살아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며 "단 한 번이라도 딸의 손을 잡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8월 코로나19와 심장병으로 투병하던 송 씨는 26일 정오쯤 평택에서 운전 중 심장마비로 중앙선을 넘어오는 차량과 충돌해 세상을 떠났다.
NYT는 "송 씨의 25년간의 헌신이 자녀를 향한 부모의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보여주는 비극적 상징이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