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AI 국가경쟁력, '버티컬AI'에 달렸다

2025-08-10

“세계 여러 솔루션과 비교해도 아이티센클로잇 제품이 성능·기술지원 측면에서 가장 뛰어났습니다.”

지난달 중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난 '국가스포츠기구(KONI)'의 루크만 자자디쿠수마 사무총장은 아이티센클로잇 제품을 극찬했다. 아이티센클로잇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 올림픽' 등 최근 개최된 굵직한 스포츠대회에 시스템을 공급하며 대표적인 글로벌 스포츠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번에 KONI가 수 많은 글로벌 솔루션을 제치고 아이티센클로잇을 택한 이유는 '도메인(분야) 전문성'에 있다. 이 사례를 인공지능(AI) 분야로 확대하면 '버티컬(산업 특화) AI' 가치가 분명해진다.

거대언어모델(LLM)처럼 모든 AI의 기반이 되는 '범용 AI'를 넘어 특정 영역에 최적화한 버티컬 AI가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다. 범용 AI가 모든 사업의 기본을 갖추도록 하는 훈련소라면, 버티컬 AI는 각 산업 현장에 최적화한 특수부대라고 할 수 있다.

버티컬 AI는 두 가지 이유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우선 도메인 지식을 결합해 성과를 즉시 창출한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프로스페라는 작물 상태 모니터링 AI로 농작물 수확량을 30% 끌어올렸고, 미국의 패스AI는 AI 기반 병리학 진단으로 암진단 정확도를 높였다. 이는 분야별 AX를 앞당기는데 버티컬 AI가 주효하다는 의미다.

두 번째로 '소버린 AI' 확보가 필수인 전략 산업을 보호한다. 팔란티어는 미 국방부 지원을 바탕으로 '국방 AI'의 대명사가 됐다. 국방·안보를 비롯해 제조·금융 등 핵심 분야에서 자국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자체 AI를 갖는데 집중해야 소버린 AI 실현이 가능하다.

이미 세계는 버티컬 AI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단순 재정 지원 확대만으로는 AI 3대 강국 대열에 오르기 쉽지 않다.

이미 스타트업·중소기업 가운데 국방·제조·법률 등 분야별 버티컬 AI 서비스를 준비하거나 타진하는 곳이 상당수다. 이들에게 예산 나눠주기식이 아니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처럼 기업별 대형 투자를 단행, 계단식 성장을 위한 마중물을 부어줘야 한다. 1000억원 예산을 100개 기업에 10억원씩 나누면 각사는 시제품 개발에서 멈출 수 밖에 없다. 같은 예산을 5개 기업에 200억원씩 집중한다면 글로벌 1위도 노릴 수 있다.

혹여 스타트업·중소기업에 수 백억원대 예산을 지웠했다가 이들 기업이 중도 문을 닫진 않을지 걱정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은 사라져도 '사람'은 남는다. 이 인재들이 다시 산업 곳곳에 스며들어 AI 생태계를 이루는 중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챗GPT, 클로드, 퍼플렉시티에 '우리나라가 AI 3대 강국으로 갈 수 있을지 냉정하게 평가해달라'는 공통 질문을 던져봤다.

GPT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역량은 있으나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톱3는 어렵다는게 냉정한 결론이며, 도전 가능성을 높이려면 공격적·선제적인 정책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버티컬 AI가 공격적이면서 선제적 정책 전환의 핵심이 돼야 한다. 그리고 버티컬 AI 분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존 틀을 깨는 혁신 정책이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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