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담 공동성명에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정책에 대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향한 비판 강도도 약해졌다.
G7 재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계속되는 잔인한 전쟁을 규탄하며 우크라이나 국민과 경제의 회복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G7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생존권, 자유, 주권,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독립을 변함없이 지지한다”고 밝혔다. 평화 진전이 없으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경고도 담았다.
우크라이나 경제 재건 등을 위한 지원은 계속하고 배럴당 60달러(약 8만원)로 제한된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선을 50달러(약 7만원)까지 더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상한선에 대한 최종 합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공동성명이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달라진 시각 속에 나온 결과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공동성명에 담긴 러시아에 대한 표현이 1년 전보다 비교적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G7은 1년 전 공동성명에서는 러시아에 대해 “불법적이고 정당화할 수 없으며 도발적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과 관련한 직접적인 비판은 공동성명에 담기지 않았다. ‘자유무역을 옹호한다’는 기존 입장도 이번 성명에서는 빠졌다. 대신 “국제기구들은 지난 회의에서 무역 및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높고 글로벌 성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정점을 찍고 감소했음을 인정하며 더 많은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G7은 또 회원국이 글로벌 무역 불균형을 일으키는 ‘비시장 정책과 관행’을 지속해서 살피겠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서 중국이 직접 거론되진 않았지만 해당 내용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NYT는 이와 관련해 미국 관세가 세계 경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지만 G7 참석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더 자극하지 않기 위해 표현을 신중히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 행위에 대한 우려와 대응 필요성에 대한 문구도 담겼다. G7은 “북한 등에 의한 가상자산 탈취와 사기행위가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이런 위협과 더불어 범죄자들이 자금을 세탁하는 데 사용하는 방법을 더 잘 이해하고 대처해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인식 제고, 예방 강화, 자금세탁 감소를 위해 필수적이며 역내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는 데에도 중요하다”며 “가상자산과 관련한 새로운 위험을 연구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20일부터 3일간 캐나다 앨버타주 밴프에서 세계 경제, 경제 안보와 회복력, 우크라이나의 상황, 금융 범죄, 인공지능(AI) 등 5가지 주제를 두고 회담했다. G7 국가는 캐나다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