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문화경쟁력이 미래를 결정한다

2024-09-22

너무나 무더웠던 여름이 이제야 비로소 지나간 ‘듯하다’. 추분이 지나는데도 더위가 물러갔으리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여름 무더위가 과연 끝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추석 명절에 만났던 지인들은 예외없이 ‘더위’ 이야기를 빠트리지 않았다. 더위와 고된 삶에 지친 모두가 쉼을 기대했던 소중한 추석 명절 휴가는 이렇게 더위와의 전쟁으로 끝이 났다.

다음 공휴일 날짜가 궁금해서 달력에 빨간 글씨로 적힌 공휴일을 세어보니 16일이다. 올해는 국군의 날도 임시공휴일이다. 휴가는 활기찬 삶을 살아가기 위한 활력소가 된다.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여 새로운 힘을 얻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은 업무의 연속성이 저하되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걱정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매우 낮다.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2021년 기준으로 OECD 국가 35개국 중 하위권인 29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것은 일을 효율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업의 경쟁력과 국가경쟁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외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현지 공장에 비하면 더더욱 크게 떨어진다. 수년 전 슬로바키아 제2의 도시인 질리나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 있는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현지 법인장과 간부들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곳 공장에서 일하는 현지 근로자들은 한 사람도 예외없이 기아차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큰 보람으로 여긴다고 했다. 언제나 기아자동차 로고가 있는 모자를 쓰고 다니면서 이웃에게 자랑하며 지낸다고 한다. 현지 법인장은 슬로바키아 기아차의 생산성이 한국 기아 공장의 2배가량이고, 임금은 오히려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품질이 좋아서 유럽 시장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고 한다. 올해 상반기 이 공장의 순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0.9%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성과는 기업문화가 제대로 정착된 결과로 여겨진다.

기업문화가 올바르게 뿌리를 내려야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 무엇보다도 건전한 근로 의식과 근로 윤리를 기반으로 노동생산성이 향상될 때 기업의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못지않게 기업 경영자의 기업가 정신의 회복과 정도(正道) 경영이 필수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의 목적은 사람들이 성과를 내는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데 있다.”라고 했다. 결국 기업의 모든 구성원이 단결하여 힘써 생산성을 높일 때 비즈니스의 성과와 경쟁력은 지속해서 확보된다.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국민이 여유로운 삶을 자유롭게 누리려면 반드시 근면·성실하게 노력해야 한다. 나라도 이로써 부강해진다. 나태한 삶은 빈궁하고, 근검절약하는 사람은 부유하게 된다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다. 성경에도 “손이 게으른 사람은 가난하게 되고, 손이 부지런한 사람은 부유하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개인의 삶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흥망성쇠도 그 나라 국민의 생각과 태도 그리고 행동을 지배하는 문화가 좌우한다.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은 ‘문화강국론’을 주장하며 문화의 힘이 세계평화를 실현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K-컬처(문화)를 보자. K팝, K관광, K푸드에 이어 K뷰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콘텐츠와 상품이 세계 곳곳에서 위용을 떨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에 큰 영향력을 과시하는 원동력은 바로 대한민국의 문화의 힘이다. 문화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된 가치와 신념을 통해 공유된 사고방식과 규범으로 정착된다. 그리고 문화는 수면 밑에서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문화경쟁력은 개인과 조직의 현재와 장래를 결정짓는다. 그러므로 지속적 성장에는 문화경쟁력이 필수다. 수년 전 한국을 방문한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 캐런 브래들리는 한 나라의 문화경쟁력이 ‘지역과 중소기업의 힘’에서 나온다고 정확하게 지적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력이 수도권에 집중된 지금, 지역은 아무런 힘이 없다. 또한 중소기업이 창조적 혁신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가. 그 답은 어린아이들도 다 안다. 다만 정치지도자들만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토록 심각한 불균형의 문제는 해결이 가능할까. 오랫동안 방치된 지역과 중소기업에 ‘언제, 누가, 어떻게’ 힘을 실어줄 수 있겠는가. 그들이 온몸으로 부딪치고 있는 숱한 어려움과 지독한 불평등을 해소할 방도가 과연 있기는 하는 것인가. 생각할 때마다 무력감과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힘내라. 가을이다. 사랑해.” 94세까지 무료 의료봉사를 하고 수년 전 영면하신 고 한원주 박사님의 영혼의 묘비명이다. 모든 이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신 말씀이다. 가을의 초입에 감히 힘내어서 사랑하는 우리 고장과 중소기업의 밝은 미래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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