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법원' 뭐길래…인천·부산 핏대 세워 유치 경쟁

2025-02-07

해양 기관과 법조계 등을 중심으로 ‘해사전문법원’ 설립 요구가 이어지면서 지역자치단체의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역 정치권과 관련 법안 입법에 나서거나, 최적지라고 홍보하고 있다.

해사법원 설치 요구 왜?

6일 인천시·부산시 등에 따르면, 이들 지자체는 해사법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사법원은 선박·선원과 관련된 문제나 국제 상거래 분쟁 등 바다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전문으로 다루는 법원이다. 국내에도 서울·부산 등 5개 법원에서 전담재판부 형태로 해사 사건을 처리하지만, 전문 법원이 없어 국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영국·미국·중국·일본·싱가포르 등 해외 해사법원을 찾아야한다. 법조계 등은 국내 해사법원 부재로 연간 2000억 ~5000억원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된다고 추산한다.

정영석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법학부 교수는 “한국은 선박 건조량 세계 1위, 선박 확보량 세계 4위, 세계 무역 6위 등 해양강국”이라며 “해사법원이 설립되면 국내 무역업체와 해운사의 법률 대응에도 도움되고 아리아를 중심으로 활성화하는 세계 해운시장에서 타국 사건 수임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접근·편의성’ vs 부산 ‘해양 인프라’

지난해 고등법원을 유치한 인천시는 인천공항·항만과의 ‘접근·편의성’을 강조하며 해사법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 중국의 해사법원은 공항·항만과 20~30㎞ 떨어진 거리에 있다고 한다. 김유명 해사법원 인천유치 범시민운동본부 본부장은 “인천엔 해양경찰청 본청은 물론 국제기구인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아태지역사무소)도 있다”며 “선주(64.2%)와 해운·항만·물류 사업체(54.9%) 등 수요자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세계 2위 환적항이자 세계 컨테이너 항만 규모 7위인 부산항 등 해양 인프라를 내세운다. 국제금융센터나 해양수산개발원, 해양수산연수원 등 해양금융·중재·교육·연구 기관이 몰려있고 산업체와 종사자 수도 전국에서 가장 많다. 울산·부산·거제로 이어지는 조선벨트의 선박건조량도 세계 1위다. 박재율 해사법원 설치추진 부산울산경남협의회 공동대표는 “부산은 국제적인 해양도시”라며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부산에 해사법원을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 서울시와 세종시 등도 해사법원 유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0년 넘게 요구하고 있는데…입법화 부진

해사법원 설치 요구는 2010년대부터 계속됐다. 하지만 관련 법안이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 20대 국회에선 4명의 의원이 해사법원 설립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제 21대 국회에서도 7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선 국민의힘 곽규택(부산 서·동구)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부산 북구 갑)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인천시도 시민원로회의의 지지를 기반으로 정치권과 함께 법안 발의·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열띤 유치전에 일각에선 해사법원을 인천과 부산 2곳에 각각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전문 법원을 설립해야 할 만큼 해사 분야 재판 수요가 많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5개 법원 해사 전담 재판부에서 처리한 사건은 784건으로 가정법원(4만8800건), 행정법원(3만3129건), 회생법원(1239건)보다 적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전문가는 “지자체들의 요구는 거센데 탄핵·계엄 국면과 맞물리면서 추진이 늦어지고 있다”며 “해사법원의 필요성에 대한 깊이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