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매터널과 국내 첫 3주탑 사장교로 난관 돌파
각종 세계 신기록과 특허…대우건설, 기술력 뽐내
거제와 부산의 연결, 국가 물류경쟁력 업그레이드
국내 건설사들이 경기 불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 중소건설사들은 물론 중견 건설사들까지 잇달아 쓰러지면서 외환위기 시절보다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잇단 대형사고가 발생해 건설업계의 어깨는 더욱 처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건설업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 과거에도 숱한 어려움을 딛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회자되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통해 기술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우리 건설사들이 국내외에 지은 랜드마크를 알아보면서 K-건설의 힘찬 부활을 응원해 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서동영 기자]경상남도 남해바다 한가운데 대형 건축물이 우뚝 솟아있다. 그 밑에 거친 파도가 쉴새없이 몰아치고 있지만 장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건축물에 부딪쳐 속절없이 사라질 뿐이다. 경남 거제도를 육지와 한 몸으로 만든 '거가대로'의 모습이다. 갖은 악조건에도 첨단 공법을 활용, 각종 세계기록을 세우며 해양 토목공사 기술력을 전 세계에 뽐낸 대우건설의 '역작'이기도 하다.

◆바다 한 가운데 난공사…대우건설, 세계 최장 침매터널로 돌파
거가대로는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에서 부산광역시 강서구 천성동 가덕도까지 총 8.2㎞ 구간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2월 착공해 2010년 12월 완공까지 총 6년의 기간을 거쳤다.
주요시설은 사장교 3.5km (주예비교 1.87㎞, 부예비교 1.65㎞)와 침매터널 3.7㎞, 육상터널·교량 1.0㎞로 구성됐다. 연결도로부터 전체구간은 '거가대로', 사장교 구간은 '거가대교', 침매터널 구간은 '가덕해저터널'이 공식 명칭이다.
거가대로 건설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구간 일부에 저도와 중죽도 등 작은 섬이 있기는 했으나 거친 파도가 이는 바다 한가운데에 다리를 만들어야 했다. 게다가 거제도와 가덕도 사이는 경남 진해에 주둔하는 군함과 잠수함이 오가는 길목인 데다 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기도 했다.
주 시공사로 나선 대우건설은 이를 고려해 거가대로를 가덕해저터널과 거가대교로 나눠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해저터널에는 '침매터널'이라는 공법을 적용했다.
침매터널이란 육상에서 제작한 콘크리트 박스 구조물을 부력을 이용, 물 위에 띄워 설치지점으로 운반해 가라앉힌 뒤 수압차이를 이용해 물 속에서 연결하는 공법이다. 덕분에 공기를 단축시킬 수 있고 품질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때까지 국내에서 침매터널 시공은 한 번도 없었다. 더군다나 강이나 내해(內海)가 아닌 파도와 조류가 거센 외해(外海)에서의 침매터널 건설은 전세계 첫 시도였다. 그것도 수심 최저 48m 연약지반에 총 길이 3.7km에 달하는 세계 최장거리 침매터널을 만들어야 했다.

◆난공사 극복한 대우건설, 세계 기록 수립과 국제특허 출원
대우건설은 해저터널 공사를 위해 통영 안정공단 제작장에서 만든 침매 함체구조물을 사용했다. 함체는 1개 길이가 180m, 높이 9.97m, 너비 26.5m로 세계 최장 규모 길이를 자랑한다. 무게만 4만5000~5만 톤에 달한다. 함체를 세우면 약 64층 규모 아파트 높이다. 하나의 함체에 타설되는 콘크리트로 아파트 102㎡형을 기준으로 460가구를 지을 수 있다. 사용된 철근은 970가구를 지을 수 있는 양이다.
함체는 22.5m 콘크리트 조각 8개를 이어서 만들어진다. 하나의 조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28시간 동안 쉬지 않고 연이어 콘크리트를 타설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함체는 내부에 밸러스트(균형) 탱크를 만들고 양 끝을 임시벽으로 막아 하나의 잠수함과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된다. 선박을 진수할 때처럼 제작장에 물을 채워 부력을 이용하여 함체를 진수한 후 바다로 예인하게 된다.
난관은 계속됐다. 깊은 수심에서 거대한 함체들을 4cm 이내의 오차 범위에서 연결시켜야 하기에 초정밀 시공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무엇보다도 거대한 구조물을 바다에서 이동시키고 가라앉히는 작업이기 때문에 기상 상황에 매우 민감하다. 대우건설은 시공 지역의 지난 50년간의 기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별도의 기상예보시스템을 적용, 해상 상황을 면밀히 관측한 후 함체를 이동시키고 연결시켰다.

또한 공사가 시작된 2004년부터 초연약지반으로 이루어진 침매터널 구간의 바닥을 수년 동안 모래 파일과 콘크리트 파일로 개량, 침설 후 지반 침하를 방지했다.
이렇게 완성된 침매터널 덕분에 대우건설은 당시 기준으로 5가지 세계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침매터널 구간에 사용된 침매 함체의 길이가 세계 최대인 180m △침매터널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수심 48m △내해가 아닌 세계 최초 외해 공사 △매우 약한 해저지반 위에 건설되는 최초의 침매터널 △8개 콘크리트 조각을 연결한 이중조인트 등이다.
3가지 국제 특허도 출원했다. △침매함체 연결 시 압축공기 이용해 안정적 접합 △깊은 수심 및 외해조건에서 오차범위 ±40mm의 포설조건을 만족하는 정밀한 기초자갈 포설장비 △깊은 심도에서 초대형 침매함체를 섬세하고 정밀하게 조절하는 장비인 EPS(External Positioning System, 함체 위치 정밀 조정장비)다.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활약 중인 대우건설은 가덕해저터널의 경험과 기술을 활용, 해외에서도 침매터널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현재 이라크 남부 바스라주에서 알포 신항만과 움카스르를 이어주는 도로 구간 중 약 1.2㎞ 폭의 운하를 횡단하는 해저 침매터널을 건설 중이다.
◆국내 최초 3주탑 사장교, 매서운 바닷바람도 문제없다
교각인 거가대교는 국내 최초로 주탑이 3개인 '3주탑 사장교' 형식으로 시공됐다. 사장교란 주탑에서 케이블로 거더(구조물을 떠받치는 보)를 지지하는 장대교량이다. 간단하고 빠르게 시공 가능해 경제적이고 외관도 아름답다.
사장교로 지으면서 다양한 특수 공법들이 적용됐다. 특히 시공 환경이 열악한 조건을 고려, 주탑을 제외한 모든 부재를 제작장에서 미리 제작한 후 해상장비를 이용해 운반 및 거치하는 ‘프리캐스트(Precast) 공법’을 적용했다. 덕분에 구조물의 품질확보는 물론 공기단축 및 환경오염 최소화의 효과를 거뒀다. 위험요소도 줄여 현장에서의 안전사고도 방지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해상 및 고공작업의 위험성을 고려해 자동상승거푸집이라는 특수공법을 적용, 안정성을 높이고 공기를 단축시킴과 동시에 작업자들의 안전까지 확보했다. 또한 2주탑 시공시 공기단축 및 품질관리 방안으로 ‘주탑 가로보 프리캐스트 가설공법’ 등도 적용했다. 케이슨이 놓이는 원지반과 케이슨을 일체화하기 위한 ‘수중그라우팅 공법’, 교량의 내구수명을 100년 이상 확보하기 위한 ‘듀라크리트 설계법’, 상판을 케이블에만 매달려 있게 하는 ‘플로팅데크 시스템 공법’ 등 각종 새로운 공법을 동원했다.
공사에 참여한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내에 처음 시공되는 케이슨 기초 해상운반, 해외에서도 시공경험이 거의 없는 심해 수중그라우팅 등 낯선 시공법을 처음 시도하는데 따른 리스크를 안고 작업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 어려움이 있는 만큼 사장교 현장은 시뮬레이션 검토 등 철저한 사전검토 작업이 필수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거가대로의 완성, 국내 물류 대동맥을 뚫다
이렇게 완성된 거가대로의 준공으로 거제도와 국내 제2의 도시 부산과 한결 가까워졌다. 이전까지 부산에서 거제로 가려면 배를 타거나 경남 통영을 거쳐 크게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거가대로 완성 이후 부산~거제간 거리가 현재의 140㎞(부산 사상시외버스터미널~거제 고현터미널 기준)에서 60㎞로 단축되고,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인한 3시간 30분의 통행시간이 40분대로 줄었다. 덕분에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수월하게 거제를 방문해 아름다운 해금강을 구경할 수 있게 됐다.
더군다나 거가대로의 중요성은 단순히 육지와 섬을 다리로 연결을 넘어선다. 국가 물류 기간교통망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가대로는 대전-통영 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신대구 부산간고속도로를 U자형으로 이어주는 고리다. 특히 경부고속도로를 부산신항만과 서부산권 산업단지와 연결했다. 동남광역경제권은 경남 서부까지 확대됐다.
거가대로가 국내 물류의 대동맥을 뚫었다고 하는 이유다. 이로 인한 국가경쟁력 향상의 중심에는 갖은 난관을 각종 기술로 헤쳐나간 대우건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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