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애도기간 총 15일가량 동안
전 세계 추기경 바티칸 집결해 선출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선종하면서 로마 가톨릭교회는 애도 기간을 거쳐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를 시작하게 된다. 콘클라베는 127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0세 때 도입된 세계 최고(最古)의 수장 선출 방식으로, 세월을 거치면서 조금씩 수정됐으나 추기경단이 비공개로 교황을 선출한다는 원칙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교황이 선종하면 장례미사가 집전되고 그 후 교황청이 애도 기간을 갖는 데 총 15일가량이 걸린다. 이 기간 전 세계 추기경이 바티칸으로 집결해 전원 회합을 열고 콘클라베 일정을 정한다.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추기경이 모두 교황 후보가 되기 때문에 80세 미만의 추기경들만 참가한다.
콘클라베가 열리는 장소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이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천장화 ‘천지창조’ 아래로 추기경들이 앉을 탁자와 의자가 배치되고 추기경들이 외부와 연락하거나 신문·TV 등 미디어를 볼 수 없도록 전파 방해 장치가 설치된다. 콘클라베 기간 추기경들이 머무는 숙소인 ‘성녀 마르타의 집’ 역시 전화와 인터넷 회선이 차단된다. 외부에서 물, 빵, 포도주 등 최소한의 음식이 공급되는데, 콘클라베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스티나 성당과 숙소 안으로 들어가는 음식량이 줄어든다. 추기경들이 조속히 교황을 선출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장치다.
추기경들은 무기명 용지에 교황에 적합한 추기경의 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투표한다. 추기경단 3분의 2의 지지를 얻는 추기경이 있으면 교황으로 선출되지만 없으면 같은 방식의 투표를 되풀이한다. 콘클라베 결과는 투표용지를 소각해 외부에 알리는데 부결 시에는 성당 굴뚝으로 검은 연기가, 선출 시에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도록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5차례 투표 끝에 교황에 선출됐다.
신임 교황은 교황 직위를 수락하는 절차를 거친 뒤 자신이 사용할 교황명을 알려야 한다. 이어 미리 준비된 의복 중 자기 몸에 맞는 치수의 옷을 입고 교황청 궁무처장으로부터 일종의 국새인 ‘어부의 반지’를 받는다. 이어 짧은 기도를 올린 뒤 콘클라베에 참석한 추기경 한 명 한 명에게 축하 인사를 받는다. 이때 추기경들은 신임 교황에게 존경과 순명을 표한다.
교황은 성베드로 성당 발코니로 이동해 바티칸 광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군중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원로 추기경이 ‘교황이 선출됐다(하베무스 파팜)’는 라틴어 선언문을 낭독하면 콘클라베 절차가 종료된다. 교황은 군중에게 인사하고 ‘로마와 세계 각지에(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는 라틴어 강복을 행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