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기억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지음·지식의날개·1만9000원

당신에게 8·15는 어떤 의미인가. 해방 한참 뒤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이날은 ‘대한민국이 일제의 지배에서 벗어난 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집과 거리에 걸린 태극기, 오전 10시면 어김없이 발표되는 대통령의 경축사, 방송사들의 특집 프로그램 등 8·15 즈음에 마주하게 되는 광경은 이런 인식을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국가는 ‘상징 자본의 독점체’로, “그가 제시한 것만을 진리로 고집하기 때문에 모든 탐구와 배움을 봉쇄한다”며 “국경일이 반복되고 국가적 상징으로 추앙될수록 그것은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사유의 대상으로 초점화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책은 해방 공간에서 쓰인 한국 소설, 중국 동북 지역 조선인과 재일 조선인의 문학 작품 등을 소개하며 서로 다른 지역에서 해방을 경험한 다양한 사람을 복원한다. 예컨대 해방 직후 소련군이 점령한 중국 동북 지역에 살았던 조선인 여성들은 군인들의 성폭행을 피하기 위해 머리를 자르고 얼굴에 검댕을 칠해 여자라는 사실을 숨겼다. 한 조선족 작가는 이때의 일을 이렇게 기록했다. “승내(일본)가 뒷문으로 도망가니 호랭이(소련)가 앞문으로 쳐들어오는구먼.”
저자들은 “(국가의 기억과) 다르게 비껴지고, 어긋나고, 심지어 충돌하는 8·15도 있다”면서 이런 비껴짐과 어긋남이 “8·15라는 사건에 생명을 부여”하고, “다성적 대화를 가능케 하고,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사유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젠더와 이주, 계급 등의 관점에서 해방 이후 지금의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얘기다.
1860, 근대의 시작
김인호 지음·글항아리·2만3000원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동학농민혁명의 현장이었던 유적지들을 답사하고 한국 문학이 어떻게 동학을 그려냈고 해석했는지를 살핀다. 저자는 동학혁명의 ‘주체 선언’이 우리의 근대성을 자리 잡게 하고 민주주의 국가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
존 엘리지 지음·이영래 등 옮김·21세기북스·2만4000원

한국의 DMZ,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리장벽, 중국이 주장하는 남중국해 영유권 경계선인 구단선, 대기권과 우주를 구분하는 카르만 라인 등 각종 경계선이 그어진 배경과 결과를 정치, 지리, 역사, 문화 등 다층적인 관점에서 풀어낸다.
킹 달러
폴 블루스타인 지음·서정아 옮김·인플루엔셜·2만8000원

중국 위안화의 부상, 암호화폐의 등장, 미국의 국가부채 등은 달러의 지위를 위협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페트로 달러, 청산은행 간 결제시스템, 연방준비제도 등을 ‘달러 패권’을 떠받치는 세 기둥으로 설명하며 어떤 화폐도 달러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