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 잠잠해진 물가 자극하나…가계 소비 휘청 우려

2025-06-23

중동지역 위기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물가에 미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중동산 원유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로선 타격이 크다. 비교적 잠잠했던 물가를 다시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먼저 나온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는 23일 거래소가 개장되자 전장 대비 2∼3%대 상승했다. 오후 들어 상승 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배럴당 75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이란 의회(마즐리스)가 22일(현지 시간)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유가도 100달러를 큰 폭으로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까지 국내 물가는 안정적 흐름을 이어갔다. 국제 유가 하락세 덕분이었다. 지난해 5월 84.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가 올해 5월에는 63.7달러까지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1.9%)은 5개월 만에 1%대로 떨어졌다. 지난달 수입 물가지수도 원유 가격 하락으로 전월보다 3.7% 하락하며 2023년 11월(-4.3%)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소비 지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휘발유와 경유는 전체 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유가가 급등해 물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2025년 상반기 물가설명회’를 통해 유가가 3분기 중 90달러 수준까지 오른 뒤, 76달러 수준으로 완만하게 하락하면 물가를 0.2%포인트 상승시키는 영향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 상승은 가계 구매력 감소로 이어진다. 유가가 오르면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올라가는데, 이로 인해 기업의 생산 비용이 늘어나게 되면 이를 상쇄하기 위해 교통비·식료품 등 비석유제품 가격이 전체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1년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이처럼 비석유제품 가격으로 이어지면 가계는 소비지출 부담이 1.2%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최근 가공식품 등 생활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거비 부담이 확대되며 체감물가가 상승한 상황에서 유가마저 오르면 소비 심리는 더 위축될 수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전쟁의 장기화 여부”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지면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정부가 각각 10%와 15%로 낮췄던 휘발유와 경유·액화석유가스(LPG)부탄 유류세 인하율 인하 폭을 다시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날 정부는 전날에 이어 ‘중동 사태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고 긴급 대응 태세를 갖추는 동시에 추가경정예산안에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해 추가로 반영할 부분이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날 “관계 부처와 추경안에 에너지와 물류 지원 등을 반영할 부분이 없는지 논의 중”이라며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국회와 협의에 증액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추경안과 관련해 혹시 필요하다면 중동 사태에 대비한 추가 대안도 만들어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방안을 강구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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