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직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트럼프발 관세전쟁’ 등으로 한국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5년새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 이니셔티브) 발표한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365.14로 10년 전(107.76)과 비교해 3.4배 늘었다. 한일 무역분쟁이 일었던 2019년 8월(538.1) 이후 5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언론 보도의 ‘경제’ ‘정책’ ‘불확실성’ 관련 단어 빈도를 집계한 지표로, 스콧 베이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2016년 고안했다.

한국의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상승해 왔다. 그러다 국내외 정치·경제적 이슈가 터지면 일시적으로 치솟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시기(2017년 1월 391.8). 2019년 하반기 한일 무역분쟁(2019년 8월, 538.1) 때 불확실성 지수가 급등한 바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10포인트 증가하면 6개월 뒤 국내 설비투자는 8.7% 감소한다. 지난해 12월의 불확실성 지수 급상승은 올 상반기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4.2% 줄어들었다. 이미 설비투자 감소가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불확실성 지수 상승에 따른 설비투자 급감 패턴은 반도체·자동차 산업에선 잘 나타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수요와 기술 경쟁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커 불확실성 급변 시에도 (설비투자 감소가) 완만한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불확실성이 증가하더라도 본사와 해외 자회사간 물품거래 규모(기업내수출)는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도 확인됐다.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뚜렷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경우에도 기업들이 대체하기 어려운 차별적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자체적인 제품·부품 공급선을 구축해놓고 있거나 환율변동 위험을 줄이려는 목적을 갖는 경우 기업내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불확실성 완화를 위한 대응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관된 경제 정책, 정책 변경시 충분한 사전 소통 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예기치 못한 불확실성 충격을 흡수해 낼 수 있도록 투자세액공제 확대 및 한시적 규제완화, 환율 변동보험·보증제도 확대, 환위험관리 비용 보조 지원 등의 정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박가희 연구위원은 “정치·대외 충격에 따라 경제정책이 자주 바뀌면 기업들은 투자 시점이나 규모를 결정하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 이미 계획된 투자조차 늦춰지거나 취소될 수 있다”며 “불확실성 해소와 그에 따른 충격 완화, 기업의 위험 관리 등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