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 하나에 4천원?”...일회용품 금지에 돈 버는 숙박업소

2024-10-05

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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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비는 그대로 비품비만 추가된 거죠.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5일 오전 8시께 성남시 분당구의 한 4성급 호텔. 투숙객 A씨(35)는 객실에 일회용 칫솔이 보이지 않자 이를 구입하기 위해 1층 프런트로 내려갔다. 그는 프런트에서 판매 중인 칫솔 가격을 확인한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이전에는 무료로 제공되던 일회용 칫솔과 치약이 각각 4천에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칫솔과 치약을 준비하지 못해 호텔에서 구매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날 수원시 팔달구 숙박업소 밀집 지역에서도 1층 로비에 세워진 어메니티 자판기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자판기에는 투숙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칫솔, 치약, 면도기 등 여러 일회용품이 저마다 가격을 단 채 진열돼 있었다.

직원 김희진씨(가명·32)는 “객실에 대용량 어메니티가 있어도 개별 제품을 원하는 고객이 많아 꾸준히 자판기 물품을 채운다”며 “모든 투숙객이 예외 없이 일회용품을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 3월29일 ‘자원절약 및 재활용촉진법(재활용법)’에 따라 객실 50개 이상 숙박업소의 일회용품 무상 비치를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특급 호텔들은 샴푸 등 대부분의 물품을 다회용으로 교체했고, 무상 제공이 금지된 일회용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중형급 숙박업소는 일회용품 자판기를 설치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실제 경기일보가 경기 지역 내 중형급 모텔부터 특급 호텔까지 확인한 결과, 칫솔과 치약은 각각 500원에서 5천원, 면도기는 1천원에서 4천원 사이로 숙박업소에 따라 천차만별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일회용품을 금지했지만, 투숙객이 숙박업소나 인근 편의점에서 일회용품을 구입하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정책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이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투숙객의 수요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기존의 일회용품을 똑같이 판매하며 추가 수익을 내는 숙박업소의 행동은 환경적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숙박업계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자 한다면, 친환경 용품 마련과 판매로 ESG 경영에 앞장서는 이미지를 고객에게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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