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놀라게한 尹 '1분 열창'…정치 실종에도 동맹 외교는 남았다

2025-04-07

지난해 4월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당시 일본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 소식을 전하며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2023년 4월 미국 국빈 만찬 행사에서 불렀던 돈 매클린의 ‘아메리칸 파이’에 대해 언급했다. 신문은 기시다 전 총리의 농담 섞인 영어 연설을 칭찬하면서도 “(아메리칸 파이 노래를 부른 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한·미 정상회담과 이어진 행사에서,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팝송을 부른 파격적인 외교 행보를 이웃 일본 언론도 부러워한 셈이다.

아메리칸 파이는 학창 시절 윤 전 대통령의 애창곡인 동시에 2015년 뇌 종양 투병 끝에 숨진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보 바이든이 즐겨 부르던 노래였다. 피아노 연주에 맞춘 1분 간의 열창이 끝나자 만찬장에 모인 내빈 모두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외교 스타일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은 장면이다.

이렇듯 탄핵과 별개로 윤석열 정부의 공과는 분리해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초보 정치인’으로서 거대 야당을 상대하다 사실상 정치의 진공 상태를 불렀던 ‘내치’ 분야와 달리 ‘외치’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2023년 8월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와 그 결과물인 ‘캠프 데이비드 성명’이 대표적이다. 당시 3국 정상은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도발·위협에 대해 3국이 신속하게 협의한다”고 했고, 이는 한·미·일 삼각 협력 강화의 상징이 됐다.

전례 없는 한·미·일 삼각 협력 성사의 토대는 오랜 난제였던 한·일 관계의 정상화였다. 2023년 3월 윤 전 대통령은 강제징용 문제 해법으로 ‘제3자 변제’를 결단해 한·일 관계에 숨통을 틔었다. 셔틀 외교 또한 12년 만에 복원됐다.

한·일 관계 정상화는 한·미 동맹 강화의 디딤돌이 됐다. 2023년 4월 바이든 전 대통령과의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 간 핵 문제를 다루는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새로 만들었다.

그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지난해 7월 한·미 정상회담 때는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전시뿐 아니라 평시에도 미국의 핵 자산에 북핵 대응 임무가 부여돼 사실상 ‘한반도 상시 배치’와 비슷한 효과를 얻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이 이러한 내용을 문서화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축소되거나 중단됐던 한·미 합동 훈련을 정상화한 것도 안보 측면의 성과로 꼽힌다.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대대급’ 이하로 축소 실시되던 한·미 실기동 야외훈련(FTX)을 2022년 ‘연대급’으로 확장했고, 2023년 ‘사단급’ 규모로 격상했다. ‘훈련 정상화’를 기치로 내걸며 대규모 한·미 FTX를 5년 만에 재개한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도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수출이 6837억6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고금리와 고물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 악조건 속에서도 2022년의 종전 최고 기록(6835억8500만 달러)을 2년 만에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전쟁’으로 인해 올해 수출 전망은 지난해보다 어두운 상황이다.

탈원전 정책 폐기를 통한 원전 생태계 복원, 한국수력원자력의 24조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도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졌다. 체코전력공사(CEZ) 대변인이 최근 “계약 문안 조율을 마무리한 상태”라고 밝힌 만큼 이르면 이달 말에는 최종 계약이 성사될 전망이다.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이뤄진 국민연금 개혁도 성과다. 비록 윤 전 대통령이 직무정지돼 있던 지난달 20일에야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지난해 9월 정부가 2003년 이후 21년 만에 단일안을 내놓는 등 정부의 노력이 개혁에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다만 의욕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한 의료개혁은 결과적으로 정권에 큰 부담이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의료대란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지난해 4월 총선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집단 반발해 학교를 떠난 의대생을 복귀시키는 과정에서 정부는 ‘의대 정원 원상복귀’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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