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반도체 유리기판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텔·AMD에 이어 주문형반도체(ASIC) 시장 1위인 브로드컴도 차세대 반도체 기판을 준비, 시장 확산이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15dlf 업계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자사 반도체 칩에 유리기판(글래스코어)을 적용하기 위한 성능 평가를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술 도입 초기 단계로 여러 유리 기판을 테스트하는 중이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브로드컴이 미국 현지 기업 및 연구기관, 대학 등과 함께 반도체 유리기판 성능을 확인하는 등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가로·세로 10센티미터(㎝) 수준의 대형 기판도 테스트하며 고성능 반도체 칩 적용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소재 대신 얇고 매끈한 유리를 활용한 기판이다. 신호 전달 속도를 높이고 전력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미래 반도체 기판으로 꼽힌다. 그러나 미세 균열 등 기술 난도가 높아 아직 상용화되진 못했다.
브로드컴의 행보는 유리기판 시장 확대를 시사해 주목된다. 브로드컴은 고객이 특정 용도로 반도체를 주문하면, 이에 맞게 설계·제작하는 ASIC 반도체 기업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세계 시장 점유율 55~60%에 달해 브로드컴이 본격 도입하면 반도체 업계에 유리기판이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이 본격 개화하는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건 AMD로 평가된다. AMD는 반도체 유리기판을 자사 칩에 적용하기 위한 공급망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다수의 시제품 테스트도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인텔도 반도체 유리기판 도입을 공식화한 기업이다. 자사 칩 적용 뿐 아니라 반도체 유리기판을 외부에 공급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인텔 역시 여러 협력사와 반도체 유리기판 공정 장비 등 공급을 타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만큼 유리기판 도입 시 시장에 미칠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성능 평가나 테스트에는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리기판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는 것 같다”며 “유리기판이 AI와 고성능컴퓨팅(HPC)용 반도체에 적합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도입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